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경주 소노캄에서 열린 국빈만찬에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11년 만에 방한하며 이재명 대통령과 한·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경색됐던 양국 관계 복원에 초점이 맞춰졌던 이번 회담에서 경제 협력 성과를 내며 '실용 외교'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한반도 비핵화 등 안보 현안은 앞으로의 과제로 남았다.
"민생 중심 협력" 공감대…MOU 6건 체결
이 대통령은 1일 경주박물관에서 시 주석과 95분간 회담을 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선 양 정상이 '민생이 가장 중요하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양국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한·중 관계 발전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다이빙 주한중국대사가 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원/위안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연합뉴스그는 "양국은 대내외 환경 변화 속에서도 국권 피탈 시기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왔던 공동의 역사적 경험과 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호혜적 협력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시대 변화에 발맞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성숙한 발전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양 정상은 중앙은행 간 70조 원 규모의 원-위안 통화스와프 계약 연장을 비롯해 보이스피싱·온라인 사기 대응 공조, 한중 FTA 서비스·투자 협상 가속화 등 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위 실장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협력 성과물을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한령 해제 기대감…시진핑 "K-공연 추진하라"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 천년미소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을 마친 뒤 정상회담을 위해 특별전시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한한령 해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정상회담 직후 경주 소노캄 호텔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시 주석은 K팝 가수들의 대규모 중국 공연 추진을 왕이 외교부장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에 참석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여당 간사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은 내용을 적으며 "한한령 해제를 넘어 본격적인 K-문화 교류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찬에는 양국 정부뿐 아니라 정계, 경제계, 문화계 인사 100여 명이 참석했다.
위 실장도 비공개 회담에서 "문화 교류·협력 확대에 공감대가 있었다"면서 "법적 규정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진전은 있었고, 향후 실무적으로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안보·비핵화는 숙제로…'북·미 대화 중요' 공감대
한반도 평화와 안보 이슈는 추후 과제로 남았다. 위 실장은 "양국이 민생과 평화 모두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지만, 회담의 실질적 성과는 경제 분야에 집중됐다.
비공개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평화 구상을 소개하며,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다.
위 실장은 시 주석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답했다면서도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는 데 중국이 어떠한 역할을 한다고까지 논의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측은 미·북 대화가 제일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서, 향후 한국이 북·미 협상을 견인하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핵잠 발언 여진…"중국 안보 위협 아냐" 설명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 천년미소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을 마친 뒤 정상회담을 위해 특별전시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핵추진 잠수함(핵잠) 연료 공급을 공개 요청하고 미국이 승인한 내용도 이번 회담에서 언급됐다. 앞서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관련 사항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에서 한국 측은 "핵잠 도입은 중국 안보를 위협하려는 게 아니다"라는 취지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 불법 조업, 한화오션 제재, 공급망 안정 등 다른 현안도 폭넓게 논의됐지만, 실질적 해결을 위해선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