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한미 관세·안보 협상 결과가 담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14일 발표된 가운데, 미국의 한국산 주요 제품에 대한 품목 관세 인하 또는 제한 내용이 담기자 산업계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특히 수개월 동안 일본이나 유럽연합(EU) 대비 높은 수준인 25%의 고율 품목 관세에 시달렸던 자동차 업계에서는 안도 기류가 감지된다. 다만 15%로의 인하 시점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 등에 대해서는 우려도 공존한다.
14일 공개된 한미 정상회담 공동 설명자료(팩트시트)를 보면,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15%로 인하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올해 4월과 5월부터 각각 부과해 온 자동차와 차 부품 품목 관세율 25%를 15%로 낮추기로 한 것이다.
앞서 EU와 일본이 먼저 미국과 관세 협상을 매듭짓고 각각 8월과 9월 중순부터 15%로 인하된 관세를 미국 시장에서 적용받으면서 한국산 자동차는 가격 경쟁력 차원에서 열위에 놓여왔는데, 동등한 경쟁 조건으로의 전환이 가시화 된 것이다.
이에 현대자동차그룹은 "어려운 협상 과정을 거쳐 타결에 이르기까지 헌신적으로 노력해 주신 정부에 감사드린다"며 "현대차, 기아는 앞으로도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품질 및 브랜드 강화와 기술 혁신 등을 통해 내실을 더욱 다져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팩트시트 발표가 이뤄졌다고 해서 당장 15%로의 인하 조치가 이뤄지는 건 아니다.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미국이 길지 않은 시간 내에 (대미 투자) MOU(양해각서)를 사인하고 교환할 것"이라며 "그러면 (미국은) MOU 이행을 위한 법안이 한국 국회에 제출된 달의 1일부터 소급해 관세 인하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법안은 이미 마련된 상태로, 이달 제출해 '11월 1일'부터 인하 관세를 소급 적용받길 기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후속 과정이 돌출 변수 없이 이뤄질 경우 "일본, 유럽차와 미국 시장에서 같은 조건에서 경쟁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라며 "다만 (관세 부과 조치가 이뤄지기 전) 한국차는 원래 미국 시장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무관세였기 때문에 15%를 적용 받는다고 해도 부정적 요인으로는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팩트시트에는 한국이 미국산 자동차를 수입할 때, 미국 안전기준을 충족하면 한국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보고 수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원래는 이 같은 기준 충족 간주 차량은 연간 5만대로 제한돼 있었는데, 이를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김용범 실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미국산 자동차의 총 수입대수가 4만 7천대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업계의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자동차와 함께 관심이 집중됐던 반도체 관련 합의 문구를 두고도 관련 업계에서는 구체성이 부족하지만, 나쁘지는 않은 합의라는 의견이 나온다. 해당 문구는 추후 한국보다 반도체 교역 규모가 큰 국가와 미국 간 반도체 품목 관세 합의가 있다면, 한국에는 이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부여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사실상 주요 경쟁국인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보장 받는 내용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과 대만에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고율 관세 조치를 취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있다. 이런 이해관계가 반영돼 한국산 반도체에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하겠다고 한 셈인데, 문구가 추상적이라 불확실성이 걷혔다고 보기에는 또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관세 협상에서 한미 간 주요 접점으로 부각됐던 '조선 협력' 내용이 구체화 돼 팩트시트에 담긴 점에 대해서도 업계 긍정 평가가 나왔다. 양국 조선협력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상징으로 부각된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는 한화그룹은 "팩트시트 확정을 환영하며, 협상 과정에서 헌신한 정부 관계자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 양국의 동맹과 안보 강화를 위한 결정에 따라 한화오션 거제조선소 투자와 확장은 물론 지역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며 "거제조선소의 기술과 역량을 미국 필리조선소 등 현지에도 접목해 최고의 한미 안보 파트너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