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된 선진화법…감금·몸싸움·고성 되살아난 '동물국회'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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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이배 의원 6시간 감금, 한국당 육탄저지에 국회 경위들 속수무책…돌아온 '동물국회'
민주 "선진화법 위반 징역 5년 가능" 한국 "오신환 사보임 원천 무효"

문희상 국회의장이 패스트트랙 법안접수를 위한 경호권을 발동한 가운데 25일 저녁 국회 의안과 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 및 당직자들이 법안접수를 시도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경호처 직원들과 충돌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영차! 영차!"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보좌관들이 국회 7층 의안과 문 앞을 점거하면서 국회 경위들을 온몸으로 밀어내며 외친 소리다.

이들은 현수막을 말아 띠를 만들고, 이를 서로 붙잡는 방법으로 의안과 문 앞을 굳게 지켰다.

지난 25일은 의원들 간 몸싸움을 방지하고 품격 있는 국회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지난 2012년 처리됐던 국회 선진화법이 한순간에 무력해진 하루였다.

◇ 사보임→감금→육탄전…新동물국회

문희상 국회의장이 25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바른미래당 간사인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상임위·특위 의원 교체)을 허가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차기 간사인 채이배 의원실을 점거하자 채 의원이 창문을 통해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25일은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혁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리기로 한 날이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의원은 패스트트랙을 반대하는 같은당 오신환 의원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사임시키고, 패스트트랙에 찬성하는 채이배 의원을 사개특위 위원으로 임명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 의원 10여명은 국회의원회관에 있는 채이배 의원실(사무실)로 찾아가 채 의원을 감금했다.

채 의원이 나가려고 하자, 소파로 문 앞을 가로 막고 앉아서 버티며 6시간을 감금했고, 채 의원이 경찰과 소방관을 불러 창문을 깨고 탈출하려 하자 가까스로 풀려났다. 6시간 만이다.

채 의원이 어렵게 탈출했지만, 이번엔 법안제출이 문제였다.

선거제 개혁.공수처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기 위해서는 먼저 관련 법들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해야 하는데, 한국당 의원과 보좌진들이 물리적으로 입구를 막거나 의안과 팩스를 점거하는 등 업무를 방해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에 문희상 국회의장은 의안과의 원활한 업무진행을 위해 경호권을 발동했다.

경호권은 제143조에서 '회기 중 국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의장은 국회 안에서 경호권을 행한다'고 규정에 따른 것으로, 국회 경내에서 경위들이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다.

국회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한 것은 1986년 이후 33년 만이다.

하지만 국회 경위들은 70명 안팎으로, 의안과 문 앞과 안쪽을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한국당 의원들과 보좌진들을 끌어내는 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경위들은 몇차례 몸싸움을 벌이면서 의안과 진입을 시도했지만, 한국당 측의 육탄 저지에 속수무책이었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날 오후 9시경 사개특위 회의 장소로 공지한 본청 220호에서도 대규모 육탄전이 벌어졌다. 민주당 소속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이 박범계, 표창원 의원 등 호위를 받아 진입을 시도했지만, 인간띠를 형성한 한국당 의원 및 당직자들에 막혔다.

민주당 사개특위 위원들이 한국당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몸싸움을 벌이며 통로를 확보하려고 하자, 한국당 권성동 의원과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 등이 이 위원장 휠체어 앞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권 의원과 표 의원이 서로를 밀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입구를 막고 있던 한국당 당직자들이 구호를 맞춰 동시에 민주당 의원들을 바깥으로 밀어내면서 휠체어에 타고 있던 이 위원장이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 하기도 했다.

약 15분 간 실랑이에도 돌파구가 보이지 않자, 이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추가 진입 시도를 포기하고 발길을 돌렸다.

특위 개최에 힘겨루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김관영 원내대표는 공수처 반대입장을 보인 자당 소속 사개특위 의원인 권은희 의원을 임재훈 의원으로 사보임시켰다. 두번 연속 초유의 '팩스 사보임' 접수에 갈등은 폭발상태에 이르렀다.

◇물리력 동원 엄벌한 국회선진화법…고소.고발전 예고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앞)와 이해찬 대표가 25일 저녁 국회에서 정개특위 간사들간의 회동에 참석했다가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9시 20분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상상할 수 없는 무법천지"라며 "국회선진화법에 의하면, 한국당 의원들과 보좌진들이 자행한 폭력사태는 징역 5년부터 벌금 1천만원에 해당하는 엄중한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법을 지켜야 하는 제1야당 의원들이 완전 (법을) 무시하고 폭력사태를 만드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고 반드시 고발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나 원내대표는 "의회 민주주의 폭거"라며 맞섰다. 또 바른미래당이 행한 오신환·권은희 의원의 사보임에 대해선 "국회법을 명백히 위반한 불법"이라며 "이렇게 진행되는 특위는 원천무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녁이 되자 민주당과 한국당은 육탄전과 욕설을 벌이는 등 더욱 거세게 맞붙었다. 민주당은 채증단까지 꾸려 격앙된 한국당에게 "징역 5년!"을 외치며 맞섰다. 국회선진화법을 어기지 말라며 처벌 수위인 징역 5년을 언급한 셈이다.

한국당은 민주당을 향해 "독재타도!", "헌법수호!" 등을 반복해 외치며 항의를 이어갔다.

양측의 충돌은 점차 군사작전을 방불케했다. 한국당은 사개특위 회의실(2층), 정개특위 회의실(4층), 의안과(7층) 등에 인력을 배치하며 방어진을 펼쳤고, 민주당은 장소를 계속 바꿔가며 거센 진입을 시도했다.

특히 공수처 법안 등을 공식 접수해야 하는 의안과에선 막판 대혈투가 벌어졌다. 민주당 의원들을 지휘하는 홍영표 원내대표는 땀 범벅이 된채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당 의원과 보좌진은 '인간띠'를 만들고 민주당 의원들의 진입을 막아냈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 박덕흠 의원과 김승희 의원, 일부 보좌진들이 쓰러져 119에 실려가는 등 부상자가 속출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119는 아예 7층에 상주해 있었다.

그럼에도 양측 충돌은 더욱 거세져 급기야 민주당 측에선 일명 빠루( 노루발못뽑이)가 동원돼 의사과 문을 부수고 진입을 시도했다. 사무실 문은 일부 파손됐다.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자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는 새벽 3시50분쯤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철수결정을 내렸다. 이후 이날 오전 9시 의원총회를 통해 향후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결국 국회 아비규환은 새벽 4시, 여당이 패스트트랙 지정을 일단 미루면서 정전상태로 들어갔다. 하지만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을 무조건 추진하겠다"고 공언하고, 한국당은 "방어태세를 이어가겠다"고 경고하면서 재충돌의 여지는 충분한 상태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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