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인 조세 피난처 버진아일랜드에 한국인 70여 명이 계좌를 보유하고 있다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세청은 이들 계좌 대부분이 탈세와 관련됐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내국인이 버진아일랜드 기업에 투자한 건수는 80여건이다. 물론, 버진아일랜드에 투자했다는 사실만으로 탈세나 불법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매년 10억 원을 초과하는 해외금융계좌는 신고하도록 돼 있지만 지난 2년간 버진아일랜드 계좌는 단 한건도 신고된 것이 없다.
10억 원이 넘는 계좌가 있다면 떳떳하게 신고하기 어려운 지하자금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국세청은 그동안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자녀에게 편법 상속에 활용하거나 외국인 투자자로 가장해 국내 주식에 투자한 뒤 차액을 빼돌린 사례를 수차례 적발한 바 있다.
국세청은 ICIJ가 입수한 명단에 한국인 20여명이 포함됐다면 탈세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명단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국세청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지하경제 양성화의 주요 표적인 역세탈세와도 맥이 닿아있다.
국세청은 지난 10일 열린 ''2013년 전국 세무관서장회의''에서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을 통해 신고하지 않은 10억원 초과 해외계좌에 대해서는 자금 출처를 밝히지 못하면 전액 과세소득으로 추정해 세금을 물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세청은 ICIJ가 보유한 명단을 입수하는 대로 탈세 여부는 물론 자금 조성 과정에서의 위법성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출처조사도 벌일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버진아일랜드 등 대표적 조세피난처 국가와 조세협약, 정보교환협정 체결을 이미 요청해 둔 상태다.
앞서 ICIJ는 이달 초 버진아일랜드의 내부기록 수백만 건을 입수해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영국, 캐나다, 미국, 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이란, 중국, 태국 등 전세계 부자들 수천 명의 신상을 공개해 전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