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정년퇴직 후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의 등하교 도우미로 일해온 만 71세 할아버지의 용감한 행동이 화제가 됐다.
29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등하교 도우미 히로토 이사무(廣戶勇·71)씨는 28일 오후 도쿄 네리마(練馬)구의 오이즈미(大泉)제1초등학교 부근에서 하교 중이던 아이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47세 남성과 마주쳤다.
범인은 아무 말 없이 아이들에게 다가간 뒤 갑자기 흉기를 휘둘렀고, 다음 순간 한 아이가 목에서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비명을 들은 히로토씨는 들고 있던 1m 길이의 등하교 유도용 깃발로 범인에게 맞섰다. 무술을 배운 경험이 있는 건 아니었다.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내가 물러서면 아이들이 다친다고 생각하니 맞설 수밖에 없었죠"
남성은 필사적으로 맞서는 히로토씨에게 막히자 잠시 후 방향을 돌려 달아났다. 성인 남성이 흉기를 들고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달려들었는데도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은 히로토씨의 이런 저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히로토씨는 중동 등지에서 건설기술자로 일하다 정년퇴직한 뒤 2010년 4월부터 네리마구 실버 인재 센터에 등록해서 한 달에 10일씩 오이즈미 제1초등학교의 등하교 도우미 등으로 일해왔다.
일본에선 초등학생들이 집단 등하교하는 경우가 많다. 공무원이나 학부모가 집단 등하교시 동행하는 '등하교 도우미' 제도가 활성화돼 있는데, 최근에는 노인 인력 활용 차원에서 노인들이 약간의 돈을 받고 도우미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