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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돈 은닉처 스위스 은행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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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검은 돈은 스위스로 몰리는가/장 지글러/갈라파고스

870조 원. 언뜻 짐작하기조차 힘든 이 천문학적인 액수는 버진아일랜드에 은닉된 한국인의 재산이다.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같은 용어가 지금처럼 우리에게 익숙했던 때가 또 있을까.

원조 조세 피난처로 유명한 곳이 유서 깊은 돈 세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스위스 은행이다. 스위스가 1935년에 은행 비밀주의를 법제화한 뒤로 은행들은 고객의 돈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했다. 이들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전 세계적인 마약 조직의 대부, 민주국가의 유명 정치인 등이다.

신간 '왜 검은 돈은 스위스로 몰리는가'는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겉모습과 달리 원조 탈세천국으로 악명을 떨친 스위스의 민낯을 낱낱이 파헤친다. 지은이는 이 책을 발간한 뒤 살해 위협, 의원 면책특권 박탈, 줄 소송 등의 탄압을 받았을 정도니 말 다했다. 이 책은 자국 은행의 비밀주의를 비판하는 지식인들을 공공의 적으로 몰아가는 스위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지은이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전 세계 시민들이여, 지금 당장 들고 일어나 금융에 대한 촘촘한 감시망을 만들라!"는 메시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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