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극본 강은경/연출 신우철)에서 박태서 역을 열연한 배우 유연석이 서울 양천구 기독교방송(CBS) 노컷뉴스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이제 남의 사랑 방해하는 연기는 그만하고 싶어요.”
2012년과 2013년, 유연석은 쉼 없이 달렸다. 2012년을 강타한 영화 ‘건축학개론’을 시작으로 ‘늑대소년’, 드라마 ‘구가의서’와 하반기 최고 기대작인 ‘응답하라 1994’까지. 그의 시간표에 휴식이란 없다.
“어떻게 작품을 쉬지 않고 내리 할 수 있냐고 주변에서 많이 물어보시는데 저는 새로운 목표가 생기는 게 좋아요. 이전에는 시청자 분들이 캐릭터로만 저를 기억해주셨는데 이제 겨우 유연석이란 배우가 누군지 알게 된 것 같아요. 앞으로 다양한 장르를 연기해보고 싶은 욕심에 몸이 근질거려요.”
유연석은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구가의서’를 통해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했다. 그가 연기한 박태서란 인물은 백년객관의 총책으로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주인공 최강치를 배신하는 이중성을 동시에 드러내는 인물. 대부분 배우가 사극연기를 겪고 나면 당분간 사극에 출연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데 유연석은 “다음에도 사극연기를 해보고 싶다”라고 눈을 반짝였다.
“저는 사극연기가 재미있었어요. 함께 출연한 (이)승기는 분량이 많다보니 힘들었을 것 같긴 한데 저는 분량도 많지 않았고 날씨도 봄에 촬영해서 그런지 힘들지 않았어요. 만약 기회가 된다면 올 겨울이라도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왕이면 왕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사극에서는 지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좋대요. 하하”
배우 유연석. 윤성호기자
경상도 진주 출신인 유연석은 숨겨진 ‘엄친아’다. 그의 부친은 진주 경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동네에서 성장했지만 그의 부친은 공부도 제법 잘했던 둘째 아들이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말없이 서울로 보내며 꿈을 응원했다. 유연석은 “요즘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신다”라며 “요즘은 바빠서 잘 못가보지만 진주에서 열리는 ‘드라마어워즈’에 초청해주시면 금의환향 하고 싶다”라고 웃어보였다.
차기작인 ‘응답하라 1994’는 유연석 본인의 이야기다. ‘응답하라 1994’는 지방에서 서울 대학에 진학한 ‘촌놈’들이 서울 하숙집에서 대학생활을 하며 일어나는 해프닝이 기본 얼개다. 시놉시스도, 대본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오로지 제작진에 대한 믿음으로 출연을 결정했다.
“제작진이 아직 메이저가 되지 못한 배우들이 함께 메이저가 될만한 작품을 해보자고 믿음을 주셨죠. 제작진에게 바라는 점은 제발 외사랑이 아니라 온전하게 사랑을 하는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제가 매 번 작품 속에서 남의 사랑을 방해하는 역할만 했잖아요. 처음 미팅했을 때 ‘이번에도 방해꾼은 아니죠?’ 라고 물었어요. 하하, 다행히 작가님이 누구 하나 악역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죠.”
군 제대 후 “남자연기자는 서른 이후가 진짜”라는 소속사 대표의 말을 믿고 꾸준히 연기생활을 해왔다는 유연석. 10여 년의 무명생활을 거쳐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꽃보다 할배’에 출연 중인 선배연기자들을 자신의 롤모델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