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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오현 사태'의 핵심과 해결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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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한배구협회와 현대캐피탈이 '월드 리베로' 여오현(사진)의 국가대표 합류 여부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국제대회 성적과 선수 보호라는 두 가치의 접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자료사진=국제배구연맹)

 

'월드 리베로' 여오현(35, 현대캐피탈)의 국가대표팀 소집 거부로 배구계가 뜨겁다. 요지는 지난해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여오현을 다시 선수촌에 불렀다는 것이다.

여오현의 소속팀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분명히 태극마크 반납 의사를 밝힌 여오현을 사전 통보나 상의 없이 대표팀 명단에 올렸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배구협회는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이 엄연히 협회 관리이사로 선수 차출의 결정권을 가진 경기력향상위원회 최고 책임자였던 만큼 사전 통보가 없던 것이 아니다"고 반박한다.

다음 달 초 일본에서 열리는 내년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 예선을 코앞에 두고 자칫 대표팀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 있다. 과연 문제의 핵심은 무엇일까.

▲구단 "선수 다치면 누가 책임지나"

이번 사태의 핵심은 협회와 구단, 두 단체가 앞세우는 가치의 충돌이다. 국제대회에서 국위 선양과 국내 대회 성적이라는 이익이 상충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 협회는 최고의 선수를 뽑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구단으로서는 혹시라도 국제대회에서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면 국내 대회 성적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거포 문성민(현대캐피탈)이 단적인 예다. 문성민은 지난 6월 월드리그 대표팀에 뽑혀 일본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 왼 무릎 십자인대 파열의 중상을 입었다.

현대캐피탈로서는 팀 에이스의 부상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최근 600석 규모의 국제규격 경기장을 갖춘 배구전용 다목적 베이스캠프를 건립한 현대캐피탈은 2013-2014시즌 명가 부활을 야심차게 준비하던 차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김호철 감독과 여오현을 영입하면서 최근 3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 실패의 설욕을 다짐하던 현대캐피탈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보상 체계가 갖춰져 있지 못한 협회의 사정이 더 서운하게 다가온 것이다. 안남수 현대캐피탈 단장은 "협회에서 치료비를 청구하면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구단이 그 정도 돈이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 "상해보험 등의 근본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공문까지 보냈지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여오현까지 이어진 것이다. 현대캐피탈로서는 심혈을 기울여 데려온 여오현까지 다친다면 V리그 성적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협회 "그러면 나라는 누가 지키나"

협회도 구단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야 하는 까닭에 최고의 선수를 뽑아야 하는 처지다.

박기원 대표팀 감독은 "3년째 국가대표를 맡고 있는데 제대로 선수를 구성한 적이 드물다"면서 "오죽하면 3년 전 프로 선수들 없이 대학 선수들을 갖고 월드리그를 시작했겠는가"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사전 조율을 얘기하는데 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만약 그렇게만 한다면 다들 아프다고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면서 "그러면 선수들을 어떻게 꾸니느냐"고도 되물었다. 박감독은 "김호철 감독도 구단에 여러 차례 연락한 것으로 아는데 입장이 난처해져서 결국은 협회 관리 이사직을 사퇴한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 관리의 어려움도 털어놨다. 박감독은 "사실 프로 선수들은 V리그의 피로가 있는 만큼 일주일 이상을 재활과 치료로 보낸다"면서 "지난 6월 문성민의 경우도 신경을 써줘서 거의 2주일 이후 제대로 된 훈련을 시작했다"고 강변했다.

협회 실무자들은 보상의 한계를 말한다. 협회 관계자는 "일단 국가대표로 선수촌에 입촌하면 대한체육회의 보험에 가입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또 전에 각 급 대표팀을 상해보험에 가입시킨 적이 있었는데 역시 보장 범위 등 혜택이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때문에 당시 1년 3000만 원 정도 보험료를 기금으로 조성해 실제로 치료비를 주자는 데 의견이 모였고, 문성민 역시 이 기금으로 치료비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야구처럼 대표팀 활동 기간을 FA(자유계약선수) 취득 자격에 포함시켜주는 등의 혜택도 요원하다. 협회 관계자는 "한국배구연맹(KOVO)과 더 협의가 필요하겠지만 왜 대표팀에서 뛴 기간을 우리가 보장해야 하느냐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아마, 공동 운명체 의식 속에 대책 찾아야"

그렇다면 상충하는 두 가치의 접점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상 체계다.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다쳤을 경우를 대비해 구단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보상을 해줘야 한다. 협회에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협회는 경제적인 지원을 해줄 만큼 재정이 넉넉하지 않다. 결국은 KOVO의 지원도 필요하다. 대표팀 차출이 불가피하다면 각 구단들도 안전 장치를 마련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야구의 경우는 프로를 주관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대표팀 관리에서 대한야구협회보다 역할이 더 크다.

국제대회 성적 부진은 국내 V리그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V리그는 지난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남자배구의 금메달로 인기가 급상승했다. 같은 겨울스포츠인 농구가 48년 만에 아시안게임 노메달에 그치면서 중계 시청률 역전 등 반사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는 야구나 축구 등 메이저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월드컵,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의 성적이 인기와 직결되기에 최고의 선수들을 꾸린다. 농구 역시 최근 국제대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 배구 관계자는 "최근 초중고교 팀들이 줄고 있는데 이는 프로에 선수들을 공급하는 뿌리가 흔들린다는 뜻"이라면서 "국제대회 성적이 나야 선수들과 팀이 늘어 프로도 강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 가는 공동 운명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단 협회는 KOVO 측과 만나 실무진 차원에서 대책을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과연 여오현 사태로 현재 대표팀의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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