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시장에 디젤 바람이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 13일 현대자동차가 아반떼 디젤을 4년만에 출시한 데 이어, 기아자동차도 연내 K3 디젤을 출시하기로 했고 한국GM 또한 쉐보레 말리부 디젤의 내수모델 생산일정을 내년 3월 3일로 확정했다. 현재 한국GM은 아반떼, K3와 같은 세그먼트에 속하는 크루즈 디젤 모델을 판매 중이다.
22일 국내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 돌풍이 몰아치는데 맞대응한 성격이 짙지만, 디젤차 수요가 높아져 추가 모델 출시도 저울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상대 현대차 국내마케팅실장은 20일 더 뉴 아반떼 미디어 시승회에서 "더 뉴 아반떼에 이어 연내 K3 디젤 모델을 선보일 방침이다"이라며, "시장 반응에 따라 그랜저, 제네시스 등 대형 차종으로 디젤차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현대·기아차는 디젤 엔진 차량을 전체 목표의 20% 정도 잡았다.
그동안 국내 디젤차 시장은 사실상 수입차의 독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수입차 연간 판매량 중 디젤 비율이 2009년 22.40%에서 2010년 25.40%, 2011년 35.16%, 2012년 50.95%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중에 지난달 디젤차 비중이 62.3%로 올 들어 처음으로 디젤차의 판매 비중은 월 기준 60%를 넘어섰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차 베스트셀링 모델 5위권 중 메르세데스-벤츠의 E300(539대)을 제외한 BMW 520d(848대), 폭스바겐 골프 2.0 TDI(688대),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블루모션(543대), 메르세데스-벤츠 E220 CDI(530대) 등 4개 모델 모두 디젤차다.
반면, 국산차의 경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제외하면 디젤차 판매량은 수입차와 비교대상이 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하다. 이 때문에 국내 완성차 업계도 너나할 것 없이 주력 차종을 중심으로 디젤라인 강화에 나선 상태다. 이대로 수입차에 시장을 뺏길 수 없다는 국내완성차들의 위기의식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음과 진동 등 과거 디젤차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부문이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기술개발로 많이 개선된 점도 한몫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승용 디젤 라인업을 엑센트·i30ㆍi40를 포함해 총 4개 모델로 늘렸고, 이에 앞서 기아차는 올해 출시한 올 뉴 카렌스의 디젤 모델에 7인승을 추가, 트림을 늘리기도 했다. 쌍용차는 체어맨 디젤 엔진을 개발한 상태다.
SK엔카가 성인남녀 5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디젤차를 사고 싶다는 답변이 52.18%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가솔린(27.13%), 하이브리드(13.28%) 순이었다.
정인국 SK엔카 종합기획본부장은 "많은 소비자들이 고유가의 영향으로 연비가 좋은 디젤차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근 SUV·레저용차량(RV)의 높은 인기와 맞물려 앞으로도 그 비중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