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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어때] '천안함 프로젝트' "의심은 소통의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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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 쟁점들 촘촘히 기록…"합리적 의혹이 종북으로 몰리는 경직된 사회에 경종"

 

아이가 묻는다. "아빠, 나 다리 밑에서 주워 왔어?" 아빠가 답한다. "뭐 그런 쓸 데 없는 걸 물어봐!" 금세 아이는 시무룩해진다

'그런 것은 물어보면 안되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나는 다리 밑에서 주워 온 아이였어'라는 확신이 생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속내를 나눌 상대가 없는 아이는 무척이나 혼란스러우리라.
 
말 많고 탈 많은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를 열고 닫는 철학자 김성환은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법한 이러한 풍경에 빗대 한국 사회의 소통 부재 문제를 꼬집는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소통의 출발점은 의심"인 까닭이다. 이는 천안함 사건의 핵심과도 맞닿아 있었다.
 
직접 본 천안함 프로젝트는 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춘 영화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천안함 사건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정면으로 맞서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2010년 3월26일 우리나라 해군 초계함 'PPC-772천안'(천안함)이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침몰했다. 사건 직후 정부는 침몰 원인에 대해 계속 다른 발표를 하다가 결국 북한어뢰폭침으로 매듭짓는다.

당시 각계각층에서 수많은 의혹을 제기했지만 소위 종북주의자로 몰아가는 분위기 탓에 사람들은 쉬쉬하게 됐다. 그렇게 3년이 훌쩍 지났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세미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와 천안함 사건의 쟁점들을 충실히 기록했는데 '폭침'이라는 국방부의 공식 발표에 합리적인 의혹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위해 사건 당시 의혹을 적극적으로 내놨던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위원과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의 증언을 중심으로 논란이 됐던 사안에 대한 실험을 벌이고 전문가 의견을 곁들인다.

천안함 사건이 종결된 뒤 이어진, 국방부가 신상철 전 위원을 상대로 벌인 법정 다툼도 재연해 관객들이 보다 넓은 틀에서 사건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곧 정부 발표는 무조건 믿어야 하고, 합리적 의심은 범죄가 돼 버리는 경직된 한국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최근 천안함 프로젝트의 언론시사회 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이 영화를 제작한 정지영 감독은 "TV 토론 프로그램을 보다가 '아직도 대한민국에는 천안함 사건을 북한이 저지른 짓이 아니라고 의심하는 종북좌빨들이 있다'는 한 논객의 말과 이에 대해 사회자나 상대 논객이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에 큰 충격을 받고 제작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천안함 사건에 의혹을 가진 나도 이렇게 종북으로 몰릴 수 있구나'라는 섬뜩한 생각이 들어서였단다.
 
천안함 프로젝트를 연출한 백승우 감독도 "우리 영화는 범인을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의심이 외압에 의해 어떻게 포기하도록 강요받는지를 보여주는 소통의 문제를 다뤘다"며 "올 4월 전주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뒤 일종의 매카시즘(마녀사냥식의 비이성적 여론몰이)을 당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 영화는 개봉을 앞두고 7일 해군과 천안함 사건의 유가족들이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을 내면서 다시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유족들도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고인들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장면도, 의도도 없다"는 두 감독의 말은 사실이다. 대신 합리적 의심의 결과에 따라 정부당국의 입장은 다소 난처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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