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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이상 고액 전세입자 56명에 대해 국세청이 자금출처조사에 들어갔다. 주요 조사 대상은 서울의 강남, 용산 등지에 10억원 이상 전세입자 가운데 연령, 직업, 신고소득에 비해 전세금을 과도하게 많이 지불한 사람들이다.
전세보증금에 대해 국세청이 자금출처 조사를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최근의 전세값 상승이 심상치 않다는 반증이다.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란 기대감 등으로 주택 구입을 꺼리는 대신, 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확산되면서 강남과 용산 등을 중심으로 전세보증금이 10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현행 고가주택 기준이 매매가 9억원 초과인 점을 감안하면 전세값이 고가주택 매매가보다 높은 것이다. 조사를 받게 된 세입자 가운데는 전세보증금이 20억원에 이르는 사람도 있다.
1~2년 전만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로 전세는 돈이 없어 집을 사지 못하는 사람들의 대체 주거 수단이란 생각은 옛일이 되었다.
그런데도 전세입자는 여전히 약자라는 사회적 배려에 뭉뚱그려져 실제로는 고액자산가들이면서도 제대로 된 자금출처 조사도 받지 않았고, 주택소유자에 비해 세금 면에서도 혜택을 받아왔다. 한마디로 과세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
더구나 자식이나 배우자 등에게 전세 보증금을 대준 뒤 10년이 지나면 증여에 대한 과세시효가 끝나기 때문에 세금을 물릴 수 없다. 이런 점 때문에 증여세 포탈의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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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고액 전·월세입자들을 상대로 칼을 빼든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것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이다. 주거문화가 크게 달러졌는데도 세입자라는 이유로 고액전세보증금에 대해 자금 출처조사를 사실상 배제한 것은 주택소유자들과의 역차별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것.
김덕중 국세청장도 좋은 아이디어라며 실무진에게 적극 검토해 보라고 격려했다는 후문이다.
전세값이 급등하는 상황이지만, 부동산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는 부서로서 국세청에 이렇다할 수단이 없다.
그런데, 이 방안은 최근의 전세값 급등에 대한 경고 효과도 있으면서, 그동안 과세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던 고액 전월세 시장을 새로운 세원으로 확보함으로써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떠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