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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상실, ‘보컬 성형’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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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잘 하는데 개성이 없다…보컬 획일화 왜?

자료사진('슈퍼스타K5' 서울 예선현장)

 

우스갯소리로 ‘강남 성형미인’이란 말을 한다. 길거리만 나가도 예쁘게 생긴 이들이 무척 많은데 다 비슷비슷하게 생겼다는 의미다. 이런 소리는 가요계에도 통용된다.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 중 하나가 ‘노래는 잘 하는데 개성이 없다’다. 가요 기획사의 캐스팅디렉터들 역시 ‘기계적으로 노래를 하는 가수 지망생들이 대부분’이라며 하소연 섞인 말을 많이 한다.

SBS ‘K팝스타’를 보면 국내 3대 기획사라 불리는 SM, YG, JYP가 가창력 이상으로 독특한 매력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다. 이는 다른 기획사들도 마찬가지.

틴탑, 백퍼센트가 소속돼 있는 티오피미디어 신인개발팀 관계자는 “입시, 오디션 등 준비하는 것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 개별적으로는 개성이 없다”며 “가창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음색을 먼저 보고, 선발한 뒤에도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주는데 집중한다”고 했다.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그룹의 멤버들을 다수 발굴한 캐스팅디렉터 김태완 실장은 “수많은 가수지망생들을 봤고 수년째 각 지역의 각종 경연대회를 꼭 가보는데 보컬실력들이 확실히 좋아졌다. 그런데 눈에 확 띄는 친구들이 없다”고 했다.

이어 “요즘엔 어린 나이부터 아카데미에서 노래를 배우니 실력이 당연히 좋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자신의 색깔을 찾기도 전에 틀에 박힌 대로만 배우다 보니 정형화된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실력은 늘었지만 개성은 줄었다”고 지적했다.

수년 전부터 아이돌그룹이 가요계를 점령하면서 10대의 장래희망으로 가수가 급부상했다. 우후죽순 등장한 오디션프로그램은 이를 부추겼고 가수지망생 수는 많아지고 데뷔 연령은 점차 어려졌다. 이들은 더 어린 나이부터 보컬과 춤 등을 배우기 시작한다.

수요가 늘면 공급도 많아지는 법. 실용음악학원이 범람하기 시작했고 학생들을 가르칠 보컬트레이너는 부족해졌다. 예전에는 경험 많은 가수가 가수를 키웠다면 이젠 실용음악을 전공한 가수 지망생이 보컬트레이너 자리를 꿰차고 지망생들을 가르친다.

실제로 실용음악학원의 보컬트레이너 대부분은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코러스 등 무대경험이 좀 있는 이들은 ‘스타 강사’ 대접을 받는다.

업계 관계자나 보컬트레이너 겸 가수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들이 가르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호흡과 발성 등 이론적인 것에 그친다는 것. 하지만 이는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이들이 똑같은 목소리를 내게 만드는 역효과를 초래한다.

실용음악학원 보컬프렌즈를 운영하고 있는 파이브어클락(5 o’clock)의 한관희와 박상준은 “지망생들의 노래를 들어 보면 이론적인 것에만 너무 신경을 쓴다”며 가수들의 트레이닝 시스템과 아카데미의 교육 방법이 다르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가수들은 레코딩 위주로 트레이닝을 하는데 대부분의 아카데미에는 레코딩 수업이 거의 없거나 형식에만 그친다. 그런 수업이 가능한 보컬트레이너도 별로 없다는 설명이다.

한관희, 박상준은 “실제로 가르쳐보면 레코딩 수업을 통해 실력이 빨리 늘고 색깔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레코딩 위주의 수업을 하려고 한다”며 “즐기면서 노래를 부르고 그 과정에서 색깔을 찾고 자질을 갖춰가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감정, 개성보다 기술적인 부분이 미흡하면 노래를 못 하는 것이 되는 게 안타깝다. 대부분의 아카데미는 선수가 다치면 그 부분만 고쳐주는 팀 닥터의 느낌이다. 하지만 폭넓은 시각으로 나아갈 방향을 지도해주는 코치가 필요하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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