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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발생한 포항 영일만항 화물선 침몰사고의 인명피해가 컸던 원인에 대해 해경의 초동조치가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사고 발생 당시 해경은 선박이 방파제와 충돌할 가능성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는 바람에 인명구조 헬기조차 출동시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사건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사고가 난 8천t급 파나마 선적 화물선 청루호는 지난 15일 오후 3시40분쯤 해경에 구조요청을 했다.
사고 발생 당시 청루호는 영일만항 북방파제에서 북동쪽으로 900m 가량 떨어진 해상에 닻을 내리고 정박하고 있었지만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20m에 가까운 강한 바람과 6~8m에 이르는 높은 파도는 청루호를 육지 쪽으로 밀어붙였고 결국 북방파제 끝부분과 수차례 충돌한 뒤 이날 오후 5시46분쯤 좌초됐다.
사고 발생 당시 선박에 타고 있던 선원 19명 중 9명은 다음날인 16일 아침 5시 반부터 헬기 등을 이용해 차례로 구조됐지만 중국인 선장 석 모(46)씨 등 8명은 숨진 채 인근 해상에서 발견됐고 2명은 아직 실종된 상태이다.
이처럼 인명피해가 컸던 이유는 해경의 초동조치가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루호가 해경에 구조를 요청하고 방파제와 충돌할 때까지 2시간 이상의 시간이 있었지만 해경은 경비정 7척을 이용해 화물선을 바다로 인양하려했을 뿐 헬기를 이용한 구조 활동을 벌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선박이 충돌한 시간은 15일 오후 5시46분으로 포항지역의 이날 일몰 시간이 오후 5시47분인 점을 감안하면 방파제 충돌 후에도 헬기를 이용한 구조활동을 펼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것.
해경 관계자는 “사고 당시 경비정 등을 동원해 선박이 육지로 밀리지 않도록 노력했지만 높은 파도와 바람으로 실패했다”며 “구조를 위해 헬기를 요청했지만 헬기가 이륙할 수 없는 야간시간대고 헬기가 뜰 수 없을 만큼 강한 바람이 불어 출동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경은 사고가 발생한 15일과 마찬가지로 강한 바람이 불고 높은 파도가 친 16일 새벽에는 대형 헬기를 동원해 구조활동을 펼쳤다.
이에 대해 해경 관계자는 “구조 신고가 접수됐을 당시 경비정으로 선박인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해 구조헬기 요청은 하지 않았다”고 말해 사실상 이번 사고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사실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