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리그(NL) 챔피언십 시리즈(CS)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에 성공한 LA 다저스. 17일(한국 시각) 세인트루이스와 5차전 홈 경기에서 6-4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 전적 2승3패를 만들었다.
선발 잭 그레인키의 7이닝 2실점 호투와 주포 애드리언 곤잘레스의 홈런 2방이 승리의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칼 크로퍼드와 A.J. 엘리스도 홈런으로 지원 사격을 해줬다.
하지만 상대 타선도 다저스 승리에 힘을 보태줬다. 특히 메이저리그 최고 포수로 꼽히는 야디에르 몰리나는 고비에서 병살타 2개로 다저스 승리의 숨은 공신이었다.
사실 그레인키는 두 차례 초반 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몰리나를 병살타로 잡아내 고비를 넘겼다. 1회 1사 만루에서 3루 병살타, 2-0으로 앞서다 연속 장타로 동점을 허용한 3회 1사 1, 3루에서 투수 앞 병살타를 이끌어내 한숨을 돌렸다.
이후 안정을 찾은 그레인키는 4~7회까지 삼자 범퇴를 잡아내며 7이닝 2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몰리나가 아니었다면 패전 투수가 될 뻔했던 경기였다.
세인트루이스로서는 뼈아픈 장면들이었다. 초반 대량 득점과 동점 이후 역전까지 노릴 상황이 날아갔기 때문이다.
병살타의 장본인이 몰리나였기에 더 아쉬웠다. 사실 몰리나는 NL 디비전 시리즈에서 피츠버그 격파는 물론 다저스와 NLCS에서 우위를 이끈 주역이었다. 마이클 와카, 조 켈리 등 신인급 투수들을 잘 리드해 호투를 견인해줬다.
돈 매팅리 감독 등 다저스는 1승3패로 몰린 상황이 몰리나 덕분이라며 존재감을 인정하기까지 했다. 그런 몰리나가 중요한 순간에 안타까운 병살타를 잇따라 때린 것이다.
몰리나도 뼈저리게 반성했다. 경기 후 몰리나는 "좌절감을 느낀다"면서 "팀이 이길 기회를 날렸다"고 자책했다. 이어 "그것이 야구의 일부분"이라면서도 "오늘은 내게 형편없는 경기였다"고 후회를 곱씹었다.
팀 동료 카를로스 벨트란은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몰리나를 위로했다. 벨트란은 "몰리나는 처음 그레인키를 상대할 때만큼 날카롭지 못했다"면서도 "그러나 몰리나 같은 최고의 선수들은 다시 회복해 팀 승리에 앞장설 능력이 있다"고 두둔했다. 몰리나는 1차전에서 그레인키를 상대로 2안타를 뽑아낸 바 있다.
반면 그레인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1회 만루 상황에서 나온 병살타에 대해 그레인키는 "당시 정말 긴장했기 때문에 그 병살타는 컸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운이 좋았다"면서 "좋은 공에도 몰리나는 상대에게 타격을 줄 수 있었지만 제대로 던졌고, 효과를 봤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