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전 마지막 투혼' 대한항공 세터 한선수가 오는 5일 군 입대를 앞두고도 2일 삼성화재와 개막전에 선발 출전해 스파이크 서브를 넣고 있다.(대전=발리볼코리아닷컴)
프로배구 삼성화재-대한항공의 '2013-2014 NH농협 V리그' 공식 개막전이 열린 2일 대전 충무체육관. 대한항공 선발 세터는 예상 외로 한선수(28)였다.
한선수는 당초 개막전에 나서지 않을 계획이었다. 오는 5일 상근예비역으로 군 입대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입대인 데다 병역 혜택이 걸린 내년 인천아시안게임 출전도 무산돼 상심이 컸을 터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원래 개막전을 앞두고 훈련에 빠져 있다가 최근 합류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입대 전 마지막으로 팀을 위해 코트에 나서기로 마음을 먹었다. 한선수는 경기 전날 김종민 감독에게 전화해 "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초까지 아시아선수권대회 출전 등 대표팀에서 뛰었기 때문에 몸 상태는 문제가 없었다.
팀도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한선수가 나서는 1경기 때문에 올 시즌 전체적인 전술이 자칫 흔들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6시즌 동안 팀에 헌신했던 한선수의 뜻을 존중했다. 여기에 올 시즌 주전 세터로 활약할 황동일이 훈련 중 허벅지 부상을 입었다.
한선수가 입대 전 마지막 투혼을 불살랐다. 개막전에서 6년 연속 우승팀이자 세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서 좌절을 안겼던 삼성화재와 후회없는 명승부를 펼쳤다.
1세트부터 한선수는 예의 현란한 볼 배급에 블로킹과 서브 에이스까지 1개씩 올리며 기선 제압을 이끌었다. 세트 스코어 1-2로 뒤진 4세트에도 21-19로 앞선 상황에서 재치 있는 느린 서브로 상대 리시브 범실을 유도해 마이클의 직접 강타를 이끌어냈다.
대한항공은 승부를 마지막 5세트로 끌고 갔지만 끝내 2-3(25-22 19-25 23-25 25-23 13-15) 역전패를 안았다. 45점을 쏟아부은 괴력의 레오와 20점의 박철우 쌍포에 밀렸다.
한선수의 토스를 받은 대한항공 공격수들은 리그 최고의 원투펀치 레오-박철우 쌍포와 화력 싸움에서 크게 밀리지는 않았다. 마이클(34점)-신영수(16점)-곽승석(12점)이 분전했지만 마지막 5세트 8점을 집중시킨 레오를 막지 못했다.
입대 전 마지막 경기에 나섰던 한선수로서는 다소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경기 후 한선수는 "대표팀 다녀와 쉬다가 4일 정도 훈련했다"면서 "많이 실수도 나오고 많이 움직임이 둔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군대 가기 전에 마지막 경기가 되니까 열심히 해보자고 생각했고, 가기 전에 팀원들에 보탬이 되도록 하자 했다"고 덧붙였다.
갑작스러운 입대에 대해서는 "아시안게임 뛰면 좋겠지만 남자라면 가야 하는 것"이라면서 "소속팀이나 대표팀에 계속 나가 있어 집을 못 가는 터라 와이프나 집에 미안해서 상무에 갈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화재에 다음 번에는 팀원들이 이길 거라 믿고 있다"면서 "이제 아내와 딸을 보러 가겠다"고 인터뷰장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