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쌀이 섞인 쌀을 햅쌀로 속여 전국에 유통시킨 농협 임원 등 8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전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해남군 A농협 조합장 L씨 등 임원 5명을 양곡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일반쌀을 친환경쌀로 둔갑시켜 유통시킨 혐의로 B농협 미곡종합처리장 소장 C씨 등 3명을 입건했다.
L씨 등은 지난 2011년부터 올해까지 해마다 전년도에 판매하고 남은 구곡 2천 9백톤을 처리하기 위해 햅쌀 1만여톤에 2대 8의 비율로 혼합한 뒤 햅쌀로 표시해 1만 3천여톤(178억원 상당)을 전국 유명 대형마트 등 26개 거래처 160여 판매소에 유통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B농협은 일반벼의 경우 수확 시기로부터 6개월 이상 경과하면 수분이 증발하면서 자연적으로 잔류 농약이 없어지는 점을 악용해 71톤(1억 8천만원 상당)의 일반 쌀을 친환경 쌀로 둔갑시켜 판매한 뒤 2천 4백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A농협은 지난 2008년 전국 최대 규모의 미곡종합처리장 시설을 갖추고 매년 4백억원 이상의 쌀을 판매하고 남은 구곡 재고 5백톤 이상을 조합장의 지시에 따라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역할을 분담해 햇곡이 들어오는 시기에 농협 전산 시스템에서 생산년도를 조작해 출하함으로써 감독기관과 수사기관의 눈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은 구곡에서 발생하는 특유의 냄새를 희석시키기 위해 햇곡과 구곡 비율을 8대2 이내로 섞어 가공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에 앞서 전남경찰청은 지난 6월에도 묵은쌀을 혼합해 햅쌀이라고 속여 15억원 상당을 판매한 민간 양곡가공업체 5곳을 적발해 가공업자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농협중앙회가 개발한 전산 시스템은 원료곡의 생산년도, 품종 등을 변경할 수 있어 조작이 어렵지 않아 농협 전산 시스템에서 재고관리가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양곡관리법상 구곡과 햇곡을 혼합 판매한 경우 1년 이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해 이익을 보는 것에 비해 형량이 가볍고 행정처벌도 솜방망이 수준인 만큼 형사처벌과 행정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