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용 감독님, 고맙습니다' 지난달 5일 당초 예정보다 1년 앞서결혼식을 올린 삼성화재 센터 이선규(오른쪽)과 신부.(자료사진)
올 시즌 속공 1위를 달리며 삼성화재의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는 센터 이선규(32, 199cm). 10년 동안 몸 담았던 현대캐피탈을 떠난 충격을 빠르게 극복하고 팀 전술에 완전히 녹아든 모습이다.
이적 후 처음 만나는 24일 친정팀 현대캐피탈과 홈 경기에서는 블로킹 2개 포함, 값진 10점을 올리며 3-0 완승을 이끌었다. 승부처였던 1세트 24-24 듀스에서 명품 속공으로 승기를 잡았고, 2세트에서는 21-20에서 상대 주포 아가메즈의 공격을 블로킹해냈다.
올 시즌 속공 성공률에서 72.22%로 당당히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 60.67%로 4위였던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
이처럼 이선규가 단시간에 이적 후유증을 극복하고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는 데는 여러 이유 중에서도 미루려던 결혼을 1년 빨리 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책임감이 더 강해진 것이다. 이 결혼에 결정적인 매파 역할을 했던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이 그 사연을 살짝 귀띔했다.
시즌을 앞둔 어느 날 이선규는 신감독을 찾아와 고민을 털어놨다. 여자친구가 있는데 결혼은 할지 말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새 팀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하는 이선규로서는 시즌 전 결혼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차라리 시즌을 마친 뒤 혼례를 올리겠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여기에 9살 연하, 비교적 터울이 많은 것도 주저하게 만든 원인이었다.
신감독은 단칼에 고민을 잘랐다. "야, 너 여자친구 좋아해"라는 질문에 이선규가 "네"라고 답하자 "그럼, 결혼해"라고 일갈했다. "좋아하는데 1년 기다릴 필요가 뭐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이선규는 보름 만에 신감독을 다시 찾아와 "날 잡았습니다"고 말했다. 신감독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런데 신혼여행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이선규는 지난달 5일 미모의 신부와 화촉을 밝혔다.
시즌을 코앞에 둔 터라 신혼여행은 없었지만 합당한 보상은 있었다. 최고급 호텔 숙박권과 뷔페 식사권이었다. 구단 관계자는 "감독님께서 당초 1박을 구단에 건의했는데 단장님이 2박에 최고의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면서 "신부가 정말 좋아하더라"고 후일담을 들려줬다.
신감독은 "신혼여행은 우승을 이룬 뒤 다녀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이선규가 생애 한번뿐인 신혼여행을 우승 기념으로 장식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