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과다수취 대출이자 환급액을 80여억원이나 금융당국에 허위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객 대출이자를 주먹구구식으로 산정하더니 이번에는 부당하게 받은 이자마저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셈이다.
금융당국은 이들 시중은행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허위 보고한 은행에 대해 부당이자 수취와 관련해 현장 검사를 벌이기로 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은 지난 6월 예적금 담보 부당수취 이자 144억원을 환급한다고 금융감독원에 보고했으나 실제 환급액은 68억원에 불과했다.
당시 금감원에 보고한 환급액은 국민은행 55억원, 신한은행 40억원, 우리은행 25억원, 하나은행 24억원이었다. 그러나 실제 환급액은 국민은행 10억원, 신한은행 26억원, 우리은행 14억원, 하나은행 18억원으로 보고액과 76억원이나 차이가 났다.
반면 IBK기업은행은 부당이자 수취와 관련해 37억원을 환급하겠다고 보고한 뒤 36억9천만원을 돌려줘 내부 통제가 가장 확실한 은행으로 평가받았다.
4대 은행을 포함한 17개 은행이 보고한 환급액은 240여억원이었으나 실제 환급액은 150여억원 수준이었다.
고객에게 대출이자를 받을 때에는 한치의 실수도 없던 시중은행이 무려 수십억원씩이나 환급액을 잘못 보고했다는 것은 정상적인 은행 시스템에서는 있을 수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당시 잠정 환급액을 보고했다고 하더라도 수천만원도 아니고 수억원씩 차이가 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환급액 계산에 충분한 시간을 줬는데 은행들이 신경을 쓰지 않고 대충 보고했다면 이는 내부통제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당이자 수취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재촉해 제대로 계산할 시간이 없었다"면서 "환급액 오차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의도적으로 허위 보고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앞서 금감원은 대출 시행 후 고객에게 예ㆍ적금 담보를 받았는데도 대출이자를 깎아주지 않은 은행들에 과도하게 받은 이자를 환급하라고 지난 2월 지도했다.
시중은행이 고객에게 대출금을 1년 만기 또는 그 이상으로 연장하는 과정에서 예금을 담보로 잡으면서 대출금리를 내려주지 않는 수법으로 고객당 수만원에서 수십만원을 챙긴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연합회는 은행들과 공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4개월간 작업을 통해 지난 6월 환급액을 금감원에 보고했는데 4대 시중은행에서만 76억원이나 구멍 난 셈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최근 해당 은행들에게 부당이자 환급 관련 사후 결과를 보고하라고 긴급 지도공문을 보냈다.
금융당국은 환급액이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은행별로 소명을 들은 뒤 부당하다고 판단되는 은행들에 대해 현장 검사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시 보고한 환급액을 100% 맞추라는 의미는 아니다"면서 "주소지 불명 등으로 환급에 일부 차질이 있을 수 있으나 수십억원씩 차이가 난다는 것은 말이 안되므로 은행별로 소명을 들은 뒤 합당하면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현장 검사를 통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