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는 발언으로 일각에서 마르크스주의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영국 일간 가디언이 11일(현지시간) 교황과 마르크스주의자 친구의 인연을 소개했다.
저술가 우키 고니가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1953년 즈음 화학 실험실 조수로 일하던 10대 후반의 교황과 마르크스주의자이자 생화학자인 30대 중반의 여성 에스테르 카레아가는 실험실에서 만났다.
둘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지만 이후로 오랫동안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차이를 넘어 특별한 친구로 지냈다.
파라과이에서 맹렬한 사회주의자이자 여성운동가로 활동하다가 아르헨티나로 정치적 망명을 한 카레아가는 독재 체제였던 아르헨티나에서 1977년 사라졌다. 수많은 사람이 고문당하고 살해당해 바다에 내버려지던 시절이었다.
납치되기 얼마 전에 카레아가는 죽어가는 친척의 마지막 의식을 치러달라며 교황에게 전화를 걸었다. 교황이 카레아가의 집에 도착하자 카레아가는 '전화로는 진짜 이유를 말할 수가 없었다'면서 자신의 책들을 보관해달라고 부탁했다.
카레아가의 딸은 "부모님에게는 마르크스주의와 철학에 관련된 정치적인 책이 많았고 엄마는 교황에게 책을 부탁하셨다"고 말했다.
그런 책들을 갖고 있다는 게 발각되면 곧 '죽음'을 의미했던 시절이었지만 교황은 위험을 무릅쓰고 그렇게 했다.
나중에 알려졌지만 카레아가는 악명 높은 해군기술학교에 끌려가 잔인하게 고문당한 뒤 살해당했다. 구금시설로 활용된 해군기술학교는 5천 명이 수용됐지만 생존자가 겨우 200명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대표적인 인권탄압 시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