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전 남편에게 돈을 받아달라'는 청탁을 받고 채모(40) 씨를 납치한 뒤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도주한 혐의(강도살인 등)로 이모(27) 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들에게 범행을 사주한 혐의(감금폭행교사)로 채 씨와 사실혼 관계였던 A오케스트라 감독 이모(40·여) 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이 씨 일당은 지난 4일 오후 1시쯤 서울 관악구 지하철 낙성대역 인근 카페로 채 씨를 불러낸 뒤 승용차에 강제로 태워 납치한 뒤 같은 날 오후 3시 30분쯤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미리 준비한 경북 안동의 빈집으로 향하다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영동고속도로 용인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했다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채 씨가 달아나려 하자 다시 붙잡아 흉기로 채 씨의 왼쪽 허벅지 등을 4~5차례 찌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광경을 목격한 시민들로부터 "남성 여러 명이 한 명을 강제로 차에 태웠다. 붙잡힌 사람이 살려달라고 했다"는 신고를 받고 추적에 나섰다.
이 씨 일당은 강릉 방향으로 30여분 간 도주하다 오후 4시 5분쯤 중앙고속도로 대구방면 남원주요금소 부근에서 경찰에 붙잡혔으며 채 씨는 용의차량 안에서 양손이 결박된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지난해 9월 지인 소개로 알게 된 이 씨에게 "전 남편인 채 씨에게 위자료와 매달 생활비 등 1억여원 정도 받을 돈이 있다. 받아주면 일부를 떼 주겠다"는 부탁을 받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범행을 주도한 이 씨는 이 과정에서 일당을 주거나 빌려준 1천여만 원을 받지 않겠다며 과거 유흥업소 등에서 같이 일했던 정모(27) 씨와 유모(26) 씨를 끌어들여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채 씨를 찌른 이 씨는 경찰조사에서 "고향인 안동에 준비한 빈 집에 데려가 돈만 뺏으려 했는데 채 씨가 도주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범행을 사주한 이 씨와 피해자 채 씨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4개월 정도 동거한 사실혼 관계"라며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