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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약속' 박철민 "같은 아빠로서 딸 잃은 아픔 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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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에 맞서면서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 갖게 되는 한 가족의 성장담

배우 박철민(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딸을 잃은 아버지의 절절한 심정이 촬영 내내 가슴을 짓누르더라."
 
7일 저녁 서울 홍대 근처 한 주점에서 만난 배우 박철민에게 2월6일 개봉하는 영화 '또 하나의 약속'에 출연한 소감을 묻자 돌아온 답이다.
 
이날 또 하나의 약속 미디어데이에 함께한 박철민은 "우리 영화의 소재가 된 사건 자체가 충격적이다보니 극의 흐름은 오히려 감정을 누른 채 잔잔하게 가져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같은 아버지로서 공감이 컸던 게 출연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라고 전했다.
 
또 하나의 약속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2007년 스물셋 나이에 세상을 등진 고 황유미 씨의 실화에 바탕을 둔 작품이다.

영화는 평범한 한 가족이 거대 기업의 부조리에 맞서면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박철민은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를 모델로 빚어낸 상구 역을 맡았다. 평범한 택시기사이자 한 가정의 가장인 상구는 딸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그렇게 알게 된 것들을 세상에 전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박철민은 "극중 오열하는 장면을 찍으면서 제가 연기를 하는 건지, 황상기 씨의 심정에서 눈물을 흘리는 건지 모를 신기한 경험을 했는데, 감독님이 '자제해 달라'고 할 정도로 몰입했었다"며 "우리 사회에 이런 일이 있었고 영화를 통해 이를 관객들과 공유하는 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탰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남다른 영화"라고 말했다.
 
박철민은 극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상구의 아내 정임(윤유선)이 죽은 딸의 일기를 보며 눈물을 흘린 다음날, 딸의 생일 미역국을 끓여 상구 앞에 내놓으며 "더 미쳐라. 안 그러면 이 일 더는 못하지 않냐"고 말하는 시퀀스를 꼽았다.
 
그는 "딸의 죽음 탓에 정신 이상 행동까지 보이던 정임이, 딸의 죽음을 알리려 세상에 나선 남편 상구를 이해하고 조력자가 되는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상영이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는 연출진과 배우진 이름에 앞서 5000여 명의 일반인 이름이 먼저 등장한다. 이름의 주인공들은 이 영화가 만들어지는 데 십시일반으로 금전적인 보탬을 준 시민들이다.
 
또 하나의 가족은 6일 현재 7564명의 펀딩 후원금 3억여 원과 100여 명의 투자금 10억여 원으로 순수하게 제작비를 충당한 국내 첫 영화로 이름을 올렸다.

수익성을 좇는 영화 자본의 힘이 커지는 현실에서 사회적 가치를 지닌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모델이 된 셈이다.
 
또 하나의 가족을 제작한 ㈜에이트볼 픽쳐스의 윤기호 대표는 "엔딩 크레디트의 이름은 5000명이지만 1만 명 이상의 시민이 후원을 해 주셨기에 제작자로서 영화를 계속 할 수 있다는 힘을 얻은 작품"이라며 "제작사 입장에서 그동안 기업의 투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장르가 코미디에 한정된 상황이었는데, 이번 작품으로 다양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 영화는 재능기부로 최고의 연출진이 꾸려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며 "흥행작인 '베를린' '도둑들'을 찍은 최영환 촬영감독의 경우 '나 없으면 이 영화 안 되잖아'라며 수 억 원을 받을 수 있는 영화를 뿌리치고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 제작보고회가 7일 저녁 서울 홍대 근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가운데, 왼쪽부터 배우 유세형 윤유선 박희정 박철민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윤 대표는 "이번 영화를 제작했다고 해서 저를 정의감에 불탄다거나 하는 사람으로 봐 주시지 않았으면 한다"며 "이 사회에 발붙이고 사는 일반 소시민으로서, 지금까지 영화를 해 온 영화인으로서 특별하지 않은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진행된 또 하나의 약속 제작보고회에서는 역시 재능기부로 영화음악을 만든 음악인 연리목의 공연과 함께 이 영화의 시나리오·연출을 담당한 김태윤 감독,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영화 이야기를 들려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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