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득불평등 수준이 대공황 기운이 감돌던 1928년 이래 최악이라는 '불편한 진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28일 신년 국정연설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불평등 해소 문제를 화두로 새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 정치권은 이 이슈를 두고 치열한 경쟁에 들어간 상태다.
올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은 불평등 이슈가 자당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지만, 잠재적 대권 도전자인 히스패닉계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같은 일부 공화당 인사들도 가난의 대물림을 해결할 "새로운 기회 창출"에 관해 언급하며 불평등 화두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미국의 조사·연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7일(현지시간) 이러한 양상을 전하면서 불평등 측정법에 관한 몇몇 기초적 사실 관계와 최근 경향, 다른 나라와의 비교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퓨리서치센터가 소개한 경제적 불평등에 관한 5가지 사실의 요약이다.
▲ 1928년 이후 최악 = 캘리포니아주립대(UC버클리)의 이매뉴엘 새즈 교수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소득 불평등은 1928년 이후 최악이다. 1982년 소득 상위 1% 가구의 벌이가 전체 인구의 세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8%였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2012년 이 수치는 22.5%까지 올라갔다. 반면에 같은 기간 상위 10%를 뺀 나머지 90%가 차지하는 비중은 64.7%에서 49.6%로 낮아졌다.
▲ 재분배효과 반영된 (실질)소득불평등 칠레 다음으로 최악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의 불평등 정도는 31개 OECD 회원국 중 10번째다. 이는 사회보장제도, 고용보험 등 각종 세금정책과 소득이전 프로그램에 따른 재분배 효과를 제외한 '시장소득' 기준이다. 이것까지 포함하면 칠레 다음으로 회원국 가운데 최악이다.
▲ 흑백 격차는 여전 = 1967년 1만9천달러(2천26만원)이던 흑인가구와 백인가구의 중위소득(가구소득을 줄 세웠을 때 중간 지점의 소득) 격차는 2011년 2만7천달러로까지 벌어졌다. 흑인가구의 중위소득은 백인가구의 59% 수준에 그쳤다. 이는 1967년(55%)과 별반 차이가 없을 뿐 아니라 2007년(63%)보다는 오히려 떨어진 것이다.
▲ 빈부격차에 대체로 무관심 = 미국의 소득 상위 20% 계층은 하위 20% 계층보다 16.7배를 더 번다. 이는 퓨리서치가 지난해 조사한 10개 선진국 중 가장 큰 격차다. 그러나 절반도 안 되는(47%) 미국인만이 '빈부격차가 매우 중대한 문제'라고 인식했다. 같은 항목에 호주가 조사국 중 유일하게 미국보다 더 낮은 응답률을 보였지만, 호주의 상·하위 20% 계층의 소득 차이는 2.7배밖에 안 된다.
▲ 부의 불평등이 소득불평등보다 더 심각 = 뉴욕대 에드워드 울프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10년 소득 상위 20% 가구의 벌이는 전체 소득의 59.1%에 달했다. 그러나 자산 상위 20% 가구는 미국 전체 부의 무려 88.9%를 독점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