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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에서, 병상에서' 노선영·진규, 남매는 함께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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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에서, 병상에서 함께 달린 노선영(왼쪽), 노진규 남매. (자료사진=노컷뉴스/대한체육회)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이 한창인 9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 세 번째 올림픽에 나선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 노선영(25, 강원도청)이 마리 헴버(노르웨이)와 함께 5조 스타트 라인에 섰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중계도 없었다. 세계 수준과 격차가 컸기 때문이다.

게다가 네덜란드 전지훈련 때 감기에 걸리면서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덕분에 노선영은 초반부터 스피드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끝까지 내달려 결승선을 통과했다. 최종기록은 4분19초02. 28명 중 25위였다.

비록 제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의미있는 레이스였다. 암투병 중인 동생 노진규(22, 한체대)와 함께 달린 레이스였기 때문이다.

쇼트트랙 국가대표로 승승장구하던 노진규는 지난해 9월 어깨를 다쳤다. 뼈암의 일종인 골육종. 노진규는 올림픽을 위해 진통제를 맞아가면서 통증을 이겨냈다. 하지만 지난달 14일 다시 어깨를 다쳤다. 상황은 더 악화됐다. 종양이 더 크게 자라면서 악성으로 변해버렸다. 결국 노진규는 국가대표 유니폼 대신 수술복을 입었다. 자신을 따라 스케이트를 신었던 동생의 수술이었기에 누나의 마음은 그저 아프기만 했다.

홀로 소치로 향한 뒤 일부러 동생을 잠시 잊었다. 문자로 "선물로 살 게 별로 없다"고 하자 동생이 "그럼 메달이나 따오라"고 한 것이 연락의 전부였다.

물론 메달은 따지 못했다. 하지만 결과를 떠나 동생 노진규를 마음에 품고 달렸기에 의미가 컸다.

노선영의 레이스가 끝은 아니다. 아직 21일 시작되는 팀추월이 남아있다. 개인종목보다 메달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다. 김보름(21, 한체대), 양신영(24, 전북도청)이 노선영과 함께 한다. 노선영도 "팀 추월에서 가능성이 있어 거기에 중점을 두고 훈련하고 있다. 오늘은 연습삼아 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남매' 노선영과 노진규의 레이스는 계속 된다. 소치에서, 병상에서 남매는 함께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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