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m에서 잘 해야죠' 모태범이 11일(한국 시각) 소치 아들레르 빙상장에서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듣고 있다.(소치=임종률 기자)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단거리 간판 모태범(25, 대한항공)이 아쉬움을 딛고 다시 일어섰다.
모태범은 11일(한국 시각)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어제는 정말 죄송했다. 멘탈이 무너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며 심경을 털어놨다. 전날 500m에서 모태범은 69초69의 기록으로 4위에 머무르며 메달이 무산됐다.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었지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모태범은 "내 장점은 1, 2차 레이스의 기복이 없다는 점인데 어제 잘 됐다"면서 "밴쿠버올림픽 때보다 기록을 0.13초 정도 단축할 정도였는데 4위가 돼서 정말 아쉬웠다"고 말했다.
잠을 제대로 잘 수도 없을 정도였다. 모태범은 "4시간인가 잤다"면서 "이승훈과 방을 같이 쓰는데 첫 경기에서 둘 다 메달을 못 땄으니 다음 경기에 잘 하자고 서로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워낙 네덜란드의 강세였다. 미헐 뮐더르(69초312), 얀 스메이컨스(69초324), 로날트 뮐더르(69초46) 등 오렌지 군단 3인방이 금, 은, 동메달을 휩쓸었다. 모태범은 "네덜란드 선수들이 1, 2차에서 기록이 달라져서 당황하기도 했지만 평정심을 가지려고 애썼다"면서 "그러나 네덜란드 선수들이 잘 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12일 1000m 경기에 집중할 뜻을 밝혔다. 모태범은 "사실 1000m 경기가 앞에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면서 "모든 것을 쏟아부어 경기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케빈 크로켓 대표팀 코치는 이 종목 강자이자 스퍼트에 능한 샤니 데이비스(미국)와 대결에 대해 "모태범이 초반 600m만 잘 탄다면 승산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모태범은 "600m가 아니라 200m, 600m 이후까지 최대한 속도를 내고 싶다"며 의지를 다졌다.
모태범의 올 시즌 1000m 월드컵 랭킹은 4위다. 올 시즌 세 차례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데이비스가 1위, 전날 500m를 제패한 미헐 뮐더르가 2위다. 그러나 모태범은 마지막 월드컵이던 지난해 12월 독일 베를린 대회에서 2명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모태범은 "잘 하는 선수가 6명은 있다"면서 "데이비스가 꼭 우승할 것도 아니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날 여자 500m에 나설 친구 이상화(25, 서울시청)에 대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모태범은 "어제 상화도 만났는데 오늘 경기가 있어 티를 별로 내지 못했다"면서 "오늘 상화가 메달을 따줄 것으로 믿는다"고 힘을 실어줬다. 이어 "상화가 메달을 딴다면 아무래도 나와 승훈이도 자극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