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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스케이팅의 부진? '제2의 네덜란드'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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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 넓은 국내 인기와 4년 전 부진이 긍정적 시너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빙속 3총사' 이승훈과 모태범, 이상화(왼쪽부터)는 4년 뒤 소치 대회에서는 희비가 엇갈린 결과를 얻는 데 그쳤다.황진환기자

 

"4년 전과 지금의 비교는 안 된다. 스피드 스케이팅은 기록경기일 뿐이다. 지금이 나의 최고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까지 6회 올림픽 출전에 빛나는 이규혁(36.서울시청)은 지난 11일(한국시각)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가 끝난 뒤 이렇게 말했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대표팀 후배 모태범(25.대한항공)이 4년 전 밴쿠버 대회 때 금메달을 땄던 기록보다 나은 기록을 내고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한 그 나름의 분석이다. 20년 넘게 국제무대를 누빈 이규혁의 분석은 냉정하지만 정확했다.

소치 동계올림픽의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지금까지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네덜란드의 독주다. 네덜란드는 12일까지 금메달 4개에 은메달과 동메달도 각각 2개와 4개를 획득해 독일(금6 은1 동1)와 노르웨이(금4 은3 동5), 캐나다(금4 은4 동2)에 이어 종합 4위에 올라있다.

특히 네덜란드의 모든 메달은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얻은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놀라운 결과다. 네덜란드는 여자 500m에서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이상화(25.서울시청)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치러진 스피드 스케이팅의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오렌지색 경기복을 입은 이들의 미친 경기력에 쟁쟁한 메달 후보들이 고배를 마셨다.

네덜란드가 하루아침에 빙상 강국이 된 것은 아니다. 폭넓은 인기를 통해 국내에서도 꾸준하게 경쟁하며 세계적인 기량을 갖췄다는 것이 빙상인들의 분석이다. 특히 일부 선수들은 자국뿐 아니라 올림픽과 같은 국제대회에서도 각자의 소속팀을 위해 다른 팀에 속한 국가대표 동료보다 더 나은 경기력에 도전할 정도라는 것.

네덜란드는 4년 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깜짝 활약에 막혀 예상보다 적은 메달을 갖고 귀국했다. 이 때문에 더욱 절치부심의 각오로 4년 뒤 소치 대회를 준비했다. 중장거리에서 두각을 보였던 과거와 달리 단거리에서도 강자로 올라섰다. 결국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경쟁국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제갈성렬 스피드 스케이팅 전 국가대표 감독은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네덜란드 선수들이 밴쿠버 대회를 설욕하겠다는 결의에 찬 눈빛과 레이스 주법, 그리고 정신적인 면에서도 우리가 한 단계 밀렸다"면서 "많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압박감과 컨디션 조절 실패도 부진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규혁도 "네덜란드에서는 스케이트가 인기 종목"이라며 "우리도 지금보다 더 잘하려면 선수 개개인에 맞춘 세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는 선수 각자의 작은 차이를 배려한 준비가 힘들다"고 말했다. 여전히 선수 개인의 상태를 고려한 특성화된 훈련이 아닌 단체 훈련에 의존하는 현 상황에 대한 베테랑의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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