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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긴장"이라던 김연아를 일으킨 건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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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2-20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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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한국 시각) 소치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74.92점의 시즌 최고점을 받은 김연아.(자료사진=송은석 기자)

 

후련한 표정이었다. 경기 전 엄습했던 불안감과 긴장을 훌훌 털어냈다. 하마터면 망칠 뻔했던 경기를 완벽하게 해낸 데 대한 다행과 뿌듯함도 묻어났다.

김연아는 20일(한국 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74.92점을 받았다. 지난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자신이 세운 역대 최고점(78.50점)에는 조금 부족했지만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집계 최고 기록이던 아사다 마오(일본)의 73.18점을 넘어섰다.

무결점 연기를 펼쳤지만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연기에 앞서 김연아는 점프를 뛰다 착지 과정에서 다소 흔들렸다. 관중석도 술렁거렸다. 이후 다시 점프를 하려던 김연아는 시도만 하고 실제로 뛰지 않으면서 불안감을 키웠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역시나였다. 김연아는 예의 완벽한 연기를 펼치며 일말의 걱정을 잠재웠다. 그리고 받은 시즌 최고점. 올림픽 2연패를 위해 산뜻하게 출발한 셈이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연아는 "워밍업 때 너무 많이 긴장해서 점프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로 프로그램 시작했다"면서 "다리가 안 움직이고 점프도 하나도 안 되고 해서 정말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지나갔다"고 준비 운동 때의 깜깜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본 경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본인 입으로 "최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위기였다. 김연아는 밴쿠버올림픽 때와 비교해서 긴장감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오늘이 최악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경기가 아니라 경기 직전 너무 점프가 하나도 안 되고 점프를 뛰긴 했는데 하나도 편하게 뛴 게 없었다"면서 "몸에 점프 감각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했고 맨몸으로 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에서 경기를 했다"고 강조했다.

경기 전까지도 컨디션이 괜찮았기에 더욱 불안할 수 있었다. 김연아는 "오늘 오전에도 아무 생각도 없었고 (경기까지) 중간에 낮잠도 푹 자서 '아 오늘 기분 좋네' 이랬는데 워밍업 때 완전히 상황이 역전됐다"고 돌아봤다.

▲"오늘이 다시 올까 걱정…마음 비운다"

하지만 곧바로 마음을 다잡았다. 김연아는 "그동안 연습에서 항상 쇼트프로그램을 클린으로 했기 때문에 '훈련 때 그렇게 잘했는데 시합 때 못할 건 또 뭐 있냐. 내 자신을 믿고 몸에 맡기자' 그런 생각들이 긴장을 늦출 수 있도록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실수없이 쇼트를 마치게 돼서 너무나도 만족스럽다면서 "그동안 훈련 때 잘 해왔는데 억울하지 않게 잘 한 것 같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점수를 확인했을 때 미소와 함께 묘한 표정은 큰 의미는 없었다. 김연아는 "점수를 봤을 때는 아무 생각 없었던 것 같다"면서 "점수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고 앞(순서)에 한 것도 있었고 요즘 지난 시즌과 달리 룰도 많이 바뀌고 매 시즌 다르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할 수 있는 베스트를 했기 때문에 이외 것은 생각하지 않았고, 끝났을 때는 너무 긴장했던 게 확 풀리면서 웃음이 터져나왔던 것 같다"고 다시 웃었다.

아무리 강심장을 가진 여왕이지만 그 이전에 인간이었다. 김연아는 "저도 사람이기 때문에 긴장을 하지 않게 보일 때가 많은데 저도 항상 긴장한다"면서 "긴장하는 정도의 차이인 것 같다. 이유는 잘 모르겠고, 그냥 그랬다"고 말했다.

위기를 넘긴 만큼 21일 프리스케이팅에 대한 각오도 더 단단해졌다. 김연아는 "오늘 같은 상황이 또 벌어질까 봐 걱정이긴 하다"면서도 "딱 하루 남았으니까 마음 다 놓고 실수가 나오더라도 기분좋게 끝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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