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검사. (임은정 검사 미니홈피 갈무리/자료사진)
상부 지시를 어기고 과거사 재심사건에서 무죄를 구형한 임은정(40) 검사에 대한 4개월 정직 징계를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관행적으로 '백지구형'을 내리는 검찰의 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사실상 무죄가 예상되는 재심 사건에서도 재판부에 판단을 맡기는 '백지구형'을 일삼음으로서 과거사에 대한 진지한 반성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문준필 부장판사)는 임 검사에 대한 4개월 정직징계는 너무 과중해 부당하다며 임 검사의 손을 들어줬다.
임 검사는 2012년 12월 반공임시특별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은 윤모씨 유족이 청구한 재심사건에서 '백지구형'을 하라는 검찰 내부 방침을 어기고 무죄를 구형해 논란이 됐다.
재판부는 이날 "(백지구형은) 사실상 무죄구형이나 마찬가지고, 과거 유죄 판결이 관점의 변화에 따라 무죄가 되면서 검찰의 곤혹스런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면서, "비록 백지구형이 구형권 행사에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다고 해도 적법한 구형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무죄구형'과 '백지구형'은 사실상 같은 의미라는 점, 검찰 조직의 입장 등을 고려했을 때 임 검사의 행동이 옳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 관계자들은 '무죄구형'과 '백지구형'은 그 의미가 확연히 다르다고 지적한다.
박근형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처장은 "무죄구형과 백지구형이 구형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같은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다는 의미로 본다면 무죄구형이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기소자체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면 어정쩡한 백지구형으로 마치 잘못을 시정하려 한 것처럼 보이려고만 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검찰이 조직논리를 내세워 진지한 반성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19일 검찰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강기훈 씨의 '유서대필 사건'에 대해서도 일주일 뒤 대법원에 상고해 같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조직의 '상명하복'을 규정한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깨진지 오래인데도 아직까지 그 잔재가 남아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박주민 변호사는 "검찰조직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먼저 보여주는 것이 옳다"면서 조직논리보다는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