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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사망자 발생…그날 밤 애정촌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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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0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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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발생 ‘짝’ 애정촌 직접 가보니...

사랑을 찾아 섬을 찾은 처녀는 불귀의 객이 돼 섬을 떠났다. 29살, 부모와 조부모와 함께 살던 평범한 회사원 전모 씨는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전씨는 SBS의 리얼리티 맞선 프로그램 ‘짝’의 출연자 중 한 명이었다. ‘짝’은 싱글 남녀 출연자들이 4박 5일동안 ‘애정촌’이라 불리는 숙소에서 합숙하며 배우자 감을 찾는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그는 5일 새벽, 제주 서귀포시 모 펜션 화장실에서 헤어드라이기 전선을 사용, 목 매 숨졌다. 약간의 반주를 곁들인 이날 저녁식사 때까지 아무도 전씨의 이상을 감지하지 못했다. 대체 전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애정촌’에서 만난 제작진 “전씨, 쾌활한 성격, 사전인터뷰 때 우울증 감지 못해”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전씨의 사망소식이 전해진 5일, ‘짝’ 녹화가 이뤄진 펜션을 방문했다. ‘짝’ 제작진은 이 펜션 5채를 통째로 빌려 촬영했다.

전씨는 지난 달 27일부터 이 펜션에 머무르고 있었고 사망당일인 5일이 마지막 촬영이었다. 통상 ‘짝’은 마지막 날 서로의 마음에 맞는 짝을 선택하곤 했다. 전 씨 사망 후 ‘짝’ 출연진과 제작진은 경찰조사를 받은 뒤 남은 촬영을 접고 철수했다. 현장에는 펜션직원들과 몇몇 스태프들이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펜션 직원 김모씨는 “오픈한지 얼마 안 돼 이런 일이 발생했다. 사람이 죽어 안타깝다. 우리도 피해자이긴 하다”라며 “공식 일정 외에 자세한 사항은 알지 못한다. 항상 카메라가 돌고 있고 낮에는 (출연진이)나가 있어 접근이 안됐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제작진은 “전씨는 밝고 쾌활한 성격이어서 전혀 (이런 일을)예상하지 못했다”라며 “사전 인터뷰 때도 우울증 부분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제주 서귀포경찰서에서 '짝' 출연자 전모씨에 대한 브리핑이 열리고 있다.(제주=김소연 기자)

 




▶경찰 “명백한 자살, 전씨, 호감남에게 선택 못 받아”

경찰은 전씨 사건을 자살로 결론지었다. 이번 사건을 조사 중인 제주 서귀포 경찰서 관계자는 “명백한 자살이다. 부검은 없다. 가족도 그걸 원하고 있다”라며 “조사를 마치는 대로 시신을 육지로 옮겨 빈소를 차릴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정확한 사망원인은 찾아내지 못한 상태. 경찰에 따르면 사망 전날인 4일에는 두 커플만 외부에서 데이트를 즐겼고 나머지는 숙소에 머무르고 있었다. 전씨는 15시께 다른 출연진들과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냈고 20시에는 거실에서 약간의 반주를 곁들여 저녁식사를 했다. 23시께 어머니와 통화하며 그날의 일과에 대해서 얘기했고 자정 넘어 5일 0시 30분까지 모든 출연진이 테라스에 머물렀다. 이후 전씨는 혼자 있고 싶다고 말하며 1시께 방으로 들어간 뒤 화장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 발견한 전씨의 일기장에는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전씨는 일기장 말미에 “엄마 아빠 너무 미안해 그냥 그거 말곤 할 말이 없어요. 나 너무 힘들었어. 살고 싶은 생각도 이제 없어요”라고 적었다. 전씨는 “애정촌에 와있는 동안 제작진에게 많은 배려를 받았지만 지금 너무 힘들다. 여기서 짝이 되고 안되고가 문제가 아니라 삶에 의욕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일기장에는 ‘짝’과 관련된 이야기, 호감가는 사람에 대해 쓴 글도 있다”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전씨가 동료 출연진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했거나 남성출연진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경찰에 따르면 전씨는 처음에 출연 남성들로부터 선택을 많이 받았고 원했던 남성과도 짝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그 남성과 데이트를 하지는 못했다.

▶부모 “착한 딸...추후 다 터뜨리겠다”

전씨의 부모는 갑작스러운 딸의 부고를 듣고 이날 오전 7시, 부랴부랴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전씨의 부친 전모씨는 CBS노컷뉴스와 단독 인터뷰에서 "우리 딸은 그냥 평범하고 착한 딸이에요. 직장생활 잘하고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께 효도하는 착한 아이였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오열했다.

모친은 경찰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나 "자세한 내용은 곧 터트리겠다"라고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경찰 조사 전 퉁퉁 부은 눈으로 취재진의 인터뷰를 거절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이)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조사를 해 우울증 치료 여부는 아직까지 들은 게 없다"라며 "그 부분도 병원을 통해서 내역을 수사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전씨는 경찰조사를 받은 아내가 나오자 딸의 유품인 트렁크를 챙겨 경찰서를 떠났다.


SBS '짝' 촬영 중 5일 사망한 전모씨 부모가 경찰조사를 받은 뒤 딸의 유품이 담긴 트렁크를 챙겨 경찰서를 빠져나가고 있다.(제주=김소연 기자)

 



▶SBS, 녹화분 전량 폐기, 사후처리 최선 다할 것

한국방송사상 일반인 출연자가 녹화 중 사망한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다. 초유의 사태를 겪은 SBS역시 공황상태인 것은 마찬가지. 이날 SBS교양국은 마치 한 차례 폭격을 맞은 듯 뒤숭숭했다.

SBS는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유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깊은 위로의 말씀드리며 함께 출연한 출연자 여러분에게도 깊은 상처를 안겨드리게 돼 위로의 말씀드린다"라며 "향후 사후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책임자인 신용환 교양국장을 제주 현지에 보내 사태 파악 및 사후 처리를 진행 중이다. 현재 SBS는 촬영에 참여한 출연진 및 현장 스태프들의 심리치료와 유가족의 보상문제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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