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선수로 데뷔해 화제를 모은 윤형빈. 송은석 기자/자료사진
지난 2월 열린 '로드FC 14' 대회에서 격투기 데뷔전을 펀치KO승으로 장식한 개그맨 윤형빈(34). 그는 계체량을 하루 앞두고 24시간 동안 수분감량으로 6kg을 줄여 화제를 모았다. 수분감량은 급속감량의 한 가지 방법으로, 종합격투기 선수가 주로 쓰는 감량법이다. 급속감량은 3~5일 이내에 6kg이상 또는 자기체중의 10% 이상 빼는 것을 말한다.
체내 수분조절을 통한 수분감량은 체중을 급속하게 줄이는데 효과적이지만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칫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대회 기간 중 윤형빈의 수분감량을 도운 격투기선수 서두원은 "(윤형빈이) 본격적인 체중감량 전 실시한 몇 달간의 강훈련은 수분감량을 견딜 수 있는 몸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체력이 받쳐주지 않음에도 단시간에 체중을 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겁없이 급속감량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직장인 송민정(30) 씨는 "'1주일에 10kg 감량을 보장한다'는 트레이너 말을 믿고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짧은 시간 동안 체중은 많이 줄었지만 몸의 활력이 떨어지고, 얼굴이 급격히 노화해 주변의 놀림을 샀다"고 울상을 지었다.
한국스포츠개발원 김광준(스포츠생리학) 박사는 "급속도로 살을 빼면 효율적인 신체 리듬이 깨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어 인체에 해로운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특히 수분감량은 체력 저하를 가져온다. 김광준 박사는 "수분을 빼는 과정에서 수분 뿐만 아니라 근육까지 같이 빠진다. 근력이 감소하면 파워와 지구력이 뚝 떨어져서 체력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골절 빈도가 높아지고, 인대손상 같은 뼈 관련 만성질환도 유발한다. 수분감량을 하면 뼈의 주요성분인 무기질도 빠지기 때문에 뼈 건강이 악화되고, 뼈가 약해짐으로 인해 쉽게 부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수분감량 같은 급속감량은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감량법은 아니다. 당장의 체중 감량에는 효과가 있지만 감수해야 할 부작용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격투기 선수는 시합 때마다 감량을 반복하면서 이러한 패턴에 적응 아닌 적응을 한 것이다. 급속감량은 대상자의 특성을 고려한 방법이 아니므로 일반인은 절대 따라하면 안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