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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남은 인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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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인터뷰] '방황하는 칼날' 정재영 "영남제분사건 그 아버님의 말씀"

영화 '방황하는 칼날'에서 열연한 배우 정재영이 9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의 한 카페에서 CBS 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명진 기자 mjlee@nocutnews.co.kr

 

주연작 '방황하는 칼날' 개봉을 하루 앞두고 만난 배우 정재영은 마지막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이 끝나자마자 슬리퍼에 추리닝으로 옷차림을 바꿨다.

그는 "하루 종일 꼭 끼는 옷을 입었더니 너무 답답해 제 옷으로 갈아입었다"며 예의 가식 없고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외화 '캡틴 아메리카'와 경쟁하게 된 솔직한 심경도 전했다. '드디어 내일 개봉'이라는 말에 그는 "갑자기 다운된다"며 껄껄 웃었다.

"처음에 이 작품 시작할 때는 상업성을 떠나 하고 싶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막상 개봉하니까 그때 마음은 사라지고 캡틴 아메리카를 이겼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사람이 이렇게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웃음)"

'열한시'와 '플랜맨'까지 앞서 개봉한 두 작품의 흥행부진에 대해서도 그는 에둘러 좋게 포장하는 대신 "딥 다운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연타석으로 안된 경우는 없었고, 마침 '역린'을 찍고 있던 터라 더 힘들었다. 흥행에 신경이 자꾸 쓰여 연기에 집중이 안됐다. 마치 집에 누가 아픈데 영업해야 하는 직장인 심정이었다."

'방황하는 칼날'은 어린 딸을 성폭행하다 죽인 가해자를 우발적으로 살해한 아버지 상현(정재영)이 순식간에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바꿔 범인을 추적하는 동시에 경찰의 추격을 받게 되는 영화다.

정재영은 "충격적인 영남제분사건의 아버지가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남은 인생은 없다고 하셨다"며 이 영화의 무게감을 전했다.

= 보통 정재영하면 휴먼코미디 속 인간적 모습이거나 '신기전' '웰컴 투 동막골'처럼 남성적인 캐릭터 크게 두 가지로 나눴다. 이 영화는 기존의 정재영과 다른 모습이다.

"시나리오 읽고 실화인가? 생각될 정도로 현실적이었다. 진짜처럼 해야 한다는 것은 캐릭터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냥 딸을 키우는 아버지, 공장에 다니는 아버지 그 정도만 갖고 주어진 상황에 맞춰서 어떻게 느끼고 표현할지 거기에 집중했다. 이런 감정일거라고
방황하는 칼날 포스터

 

생각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반대의 감정이 느껴지기도 했다. 여러 감정이 짬뽕이 돼서 어느 순간 어떤 게 내 마음이고 어떤 게 상현의 마음인지 모르겠더라."

= 시나리오 보고 과정이 힘들 거라고 예상 못했나?

"오히려 대본을 볼 때는 밋밋하지 않나 싶었다. '테이큰'의 아버지는 조직을 일망타진하고 '아저씨'의 원빈은 머리 팍 깎고 후련하게 복수한다. 하지만 우리영화는 힘없는 자가 뭣 해보려는 상황이니까 대리만족이 없다. 이 영화의 강점이자 단점이다. 집안분위기만 봐도 두 부녀 사이가 좋은지 나쁜지 분명치 않고 밋밋한데, 근데 그게 보통 집안의 분위기다. 우리 집만 봐도 그렇다. 캐치볼하고 목욕탕가서 때 안 밀어준다. 채널권 놓고 싸우나 부성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제가 많이 투영됐다. 무게감은 촬영하면서 생겼다. 다른 작품과 비교해 현장분위기가 무거웠고 저도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 시체안치소에서 딸을 죽음을 확인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원래는 지금보다 더 건조하게 나왔다. 촬영장에서 막상 시신을 봤는데 아무 감정이 안 들더라. 그냥 가만히 있었다. 당황스러웠다. 감독님께 죄송하다, 모르겠다고 했다. 원래는 ‘딸의 얼굴을 만진다’면서 행동 지문이 있었는데 대본대로 해보려고 했는데 안 되더라. 몸이 안 움직여졌다. 제 생각에는 한 3시간은 쳐다봐야 현실을 인정하고 겨우 움직일 수 있겠더라. 제 딸이 아닌데요' 하면서 나가고 싶었다. 제 마음은 그랬다."

= 개봉을 앞두고 딸의 말만 듣고 피해자 청소년을 죽인 아버지 사건이 발생했다.

"상현이 가해자의 집에서 딸의 동영상을 본 순간, 실제상황이라고 느꼈던 거 같다. 오히려 상현입장에서 유사사건은 영남제분사건이 아닌가.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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