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보도 외압 논란'으로 내홍을 겪는 KBS가 길환영 사장의 '버티기' 작전으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길 사장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외압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사퇴할 시기가 아니다"고 밝히며 "정치적 목적을 갖고 파업을 시도하고, 좌파 노조에 의해 방송이 장악되는 것을 막겠다"는 생각을 전했다.
길 사장은 현재 KBS노동조합(이하 KBS노조)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이하 새노조)를 비롯 KBS 기자협회, KBS PD협회 등 내부 구성원들에 의해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이날 오전 KBS노조와 새노조 조합원 200여명은 길 사장의 출근을 저지했고, KBS노조는 사퇴를 종용하며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새노조 역시 총파업을 위한 투표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KBS 기자협회는 19일 오후 1시 20분께부터 사장퇴진을 요구하며 제작거부를 선언했고, KBS PD협회 역시 19일 총회 결의사항을 발표하며 "길환영 사장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고, 이사회는 해임을 결의하라"는 의사를 밝혔다. 위 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제작거부에 돌입하며 시기와 방법은 PD협회 비대위에 일임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길 사장은 "자리에 연연하진 않지만, 이런 사태에서 운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경영이나 보도에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기 위해 온 직원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외압 논란 등과 관련해 KBS 노조가 길환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제작거부에 들어간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로비에 노조원들이 결의사항이 담긴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윤성호 기자
기자협회와 앵커들의 제작거부로 차질이 예상되는 '뉴스9'에 대해서도 "절대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지금 사태는 굉장히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혼합된 파워게임"이라며 "이번에 기자협회에서 강경히 한 것이 기자협회 직종 이기주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16일 보도본부 부장급들이 총사퇴한 것에 대해서도 "이유를 모르겠다"며 "오히려 격려 문자를 보내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여러 직종이 모여 있다 보니 PD 사장에 대한 기자 사회의 집단적 반발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폭로한 보도 개입과 청와대 외압에 대해서는 "PD 출신 사장이다보니 보도 메카니즘에 대해 소상히 알지 못한다. 아이템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은 적은 있지만 어느 방향으로 하라고 지시를 내린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사퇴와 관련해 청와대가 시켰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