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기자협회의 제작거부로 KBS 보도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가운데 21일에는 KBS 양대 노조가 길환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총파업 찬반 투표에 돌입하는 등 KBS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길 사장은 이날 오전 10시 사내방송 특별담화를 통해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선동에는 결코 사퇴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며 사퇴 거부 의사를 재차 확인해 KBS사태 장기화가 예고된다.
길 사장은 노조의 파업 움직임에 대해 "불법파업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으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정상화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때가 되면 기쁜 마음으로 물러나겠다. 하지만 절대로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선동이나 파업에 타협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길 사장은 1시간 가량 이어진 담화에서 지난 19일 기자회견때와 마찬가지로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와 노조의 주장 등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반복했으며 "앞으로 임직원과 더 많이 소통하고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길 사장의 이같은 단호한 입장 표명으로 그의 퇴진을 요구하며 행동에 나선 KBS기자협회와 양대 노조의 투쟁 수위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청와대와 사장의 보도·인사 개입 논란'으로 시작된 이번 KBS사태로 이날 오전 9시 현재 KBS 간부 242명이 보직 사퇴를 했으며, 뉴스앵커 14명과 특파원 24명도 제작거부에 동참했다. 이로 인해 저녁 메인뉴스인 '뉴스9'을 비롯해 전 뉴스 프로그램이 정규방송시간의 3분의 1에서 4분의 1로 대폭 축소된 채 사흘째 파행방송을 하고 있다.
간부 중 업무를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본사 팀장은 308명 중 절반이 넘는 57%(178명)가 공개적으로 보직 사퇴를 했고, 특히 사장 직속 부서인 대외정책실과 수신료현실화추진단 팀장들을 비롯해, 기술본부 내 팀장 전원도 보직을 사퇴하면서 KBS의 거의 모든 부서가 업무 차질을 빚고 있다.
KBSPD협회도 이미 제작거부를 결의한 상황이며 교양국, 예능국, 드라마국 등 프로그램 제작국 팀장들도 대부분 보직을 사퇴해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뉴스 외 다른 방송 프로그램도 전반적으로 제작에 차질이 빚어질 위기에 처했다.
이런 가운데 KBS이사회는 이날 오후 4시 KBS 신관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어 야당 추천 이사 4명이 제출한 길 사장 해임제청안 상정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