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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어때] '스톤' 고(故) 조세래 감독의 데뷔작이자 유작 '바둑돌이 칼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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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접목된 바둑…성장·경쟁 울타리에 갖힌 우리네 자화상, 그리고 희망

 

'바둑', 가로세로로 각각 열아홉 개의 줄을 그어 만들어진 361개의 교차점 위에, 두 사람이 흰 돌과 검은 돌을 번갈아 두며 만든 집의 크기로 승부를 겨루는 놀이를 일컫는다.

흔히 바둑은 인생에 비유되고는 한다. 어느 교차점에 돌을 놓느냐에 따라 게임의 흐름이 판이하게 달라지는 만큼, 바둑을 두면서 인생의 불확실한 순간순간을 경험하게 되는 까닭은 아닐까.
 
수천 년 역사를 이어 온 인류의 자산 바둑, 그 안에서 사람들이 즐거움 이상의 무엇을 발견해 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이리라.

승자와 패자가 마주앉아 복기(바둑의 경과를 검토하고자 그 순서대로 다시 처음부터 돌을 두는 것)를 하면서 더 나은 다음 판을 모색한 일은, 어쩌면 삶의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노력의 다른 모습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바둑용어인 '대마' '사활' '불계승' '포석' 등이 일상에서 널리 쓰이는 것이 그 증거가 될 수도 있겠다.
 
그 연장선 위에서 바둑을 소재로 한 영화 '스톤'은 우리네 삶에 대한 성찰의 드라마가 된다. 이 영화가 불확실성으로 점철된 삶의 한가운데 내던져진 등장인물 각자의 업보와, 이를 받아들이는 그들의 자세를 쫓는 데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프로기사의 꿈을 접고 내기 바둑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아마추어 바둑기사 민수(조동인)는 우연한 기회에 조직 보스 남해(김뢰하)의 바둑 선생이 된다.

민수는 남해에게 바둑을 가르치면서 바둑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끼고 자신의 미래를 다시금 그려보게 된다. 남해 역시 이 과정에서 자신이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게 되는데, 이를 통해 지금 자기의 모습에 회의를 느껴간다.
 
민수는 남해의 권유로 다시금 프로 입단 시험을 준비하고 남해 역시 조직을 떠날 생각에 마지막으로 건설 용역에 뛰어든다. 하지만 이 둘의 결정적인 한 수 앞에 커다란 위험이 끼어들면서 판의 흐름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극중 세상은 극명하게 둘로 구분된다. 서로가 공정하게 한 수씩을 번갈아가면서 두는 바둑의 세계가 그 하나요, 온갖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용광로처럼 들끓는 현실 세계가 나머지다. 중간계처럼 이 둘이 교차하는 지점이 바로 내기 바둑의 세계다.
 
영화 '스톤'의 한 장면

 

민수는 내기 바둑의 세계에서 자신의 꿈과 현실을 두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그렇게 민수의 관점에서 볼 때 스톤은 성장 영화의 색깔을 띠게 된다. 소질을 인정받아 어릴 때부터 바둑을 배우며 프로기사의 꿈을 키워 온 민수다.

하지만 프로 바둑계의 좁은 문과 당장 눈앞의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문제 앞에서 방향을 잃고 주저앉아 있는 그의 모습은 현재 청년 세대의 그것과 겹친다. 이 영화의 엔딩 시퀀스가 엄혹한 세상과 마주선 청년들에게 보내는 응원가로 다가오는 이유다.
 
극중 민수가 숙식을 해결하는 기원에는 집안 돌보는 것도 잊어 버린 채 바둑에 빠져 있는 가장, 모두가 잠든 새벽에도 바둑판 앞에서 승부를 겨루는 노인 등 여러 삶의 풍경이 존재한다. 그들의 뒷모습은 현실 세계의 패배자로서 바둑판 안에서 공정함을 찾아보려는 시도로 다가와 쓸쓸함을 더한다.
 
이는 조직 보스 남해의 삶과도 오버랩된다. 한때 바둑에 심취했던 듯한 남해는 민수에게서 자기 자신을 봤을 터였다. 바둑의 세계에 다시 관심을 가짐으로써 자신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인생이 바둑이라면 첫수부터 다시 한 번 두고 싶다"고 읊조리는 그의 모습은, 성장과 경쟁의 울타리 안에서 버둥거리며 정작 소중한 것들을 잃어 온 우리네 자화상과 다름없다.
 
바둑을 모르는 관객들이 극중 바둑 두는 장면이나 관련 용어를 접하게 되면 어리둥절할 수도 있겠다. 다만 주인공들이 바둑에 임하는 자세와 바둑돌을 놓을 때의 눈빛에 관심을 둔다면 그 당황스러움이 크게 덜어질 것이다.

그만큼 배우들의 연기는 몹시 인상적이다. 보스 남해 역의 김뢰하와 남해의 오른팔 인걸 역의 박원상이 지닌 신뢰감은 두말할 필요 없다. 민수로 분한 신인 조동인은 실제로 수준급의 바둑 실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는데, 과장기 없는 연기로 극의 한 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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