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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밀워키에서 본 '번트, 그 치명적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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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땅으로 굴려야 했는데...' 롯데는 10일 광주 KIA전에서 희생번트가 잇따라 뜬공 처리되면서 기회를 살리지 못해 1-5 패배의 빌미가 됐다. 사진은 이승화가 지난 6월 29일 NC전에서 번트 안타를 성공시키는 모습.(자료사진=롯데 자이언츠)

 

야구에서 번트는 병살 기회에서 병살타와 무득점의 위험을 덜기 위한 작전이다. 누상의 주자를 한 루씩 전진시키는 효율적인 방편으로 꼽힌다. 하지만 실패한다면 되레 부메랑이 돼 날아올 수 있다.

10일 롯데-KIA의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광주 경기가 그랬다. 새삼 번트의 중요성과 파급 효과를 깨닫게 해준 경기였다. 롯데는 잇딴 번트 실패로 주저앉았고, KIA는 착실한 번트 성공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2-2로 맞선 3회초 롯데는 선두 타자 하준호가 볼넷으로 출루하자 희생번트 사인을 냈다. 에이스 장원준이 투입된 만큼 1점이라도 리드를 선점하기 위한 작전이었다. 그러나 정훈의 번트는 떴고, 포수 파울 뜬공 아웃이 됐다.

5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선두 장성우가 안타로 출루하자 롯데는 다시 번트를 시도했다. 그러나 박기혁의 번트 역시 허공을 갈랐고, 또 포수 미트에 떨어졌다. 연이은 번트 실패에 롯데 벤치는 찬물을 끼얹은 듯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승부처에서 번트는 웬만한 안타보다 값진 평가를 받는다.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도 번트왕 선발 대회가 펼쳐질 정도로 중요성을 점점 인정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8일 올스타전에서 번트왕 선발 대회에 나선 KIA 이대형.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자료사진)

 

반면 KIA는 곧바로 번트에 힘입어 결승점을 올렸다. 5회말 선두 타자 김민우가 안타로 출루하자 이성우가 침착하게 투수 앞 희생번트로 득점권에 주자를 보냈다.

롯데와는 확연하게 다른 번트 결과 때문이었을까. 흔들린 장원준은 잇따라 볼넷을 내줘 만루에 몰린 뒤 신종길에게 싹쓸이 3타점 3루타를 맞고 고개를 떨궜다. 결국 롯데는 3-6으로 져 3연패에 빠졌다. 5위 LG에 1경기 차로 쫓겨 4위 자리가 위태로워진 빌미가 됐다.

▲美 다저스-밀워키도 번트에 희비 갈려

시공을 달리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번트의 중요성이 다시금 강조된 경기가 펼쳐졌다. 류현진(27)의 소속팀 LA 다저스가 밀러파크에서 펼친 밀워키 원정이었다. 밀워키가 번트에 운 반면 다저스는 번트로 흥했다.

다저스는 1회 먼저 실점했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볼넷과 도루에 이어 라이언 브론에게 적시타를 내줬다.

하지만 3회 1-1 동점을 만들었다. 미겔 로하스의 재치있는 번트가 시발점이었다. 로하스는 상대 신인 선발 지미 넬슨으로부터 1루 쪽 기습번트 안타를 만들어냈다. 다소 흔들린 듯 넬슨은 투수 커쇼를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냈다. 커쇼 역시 번트와 정상 타격 자세를 번갈아 취하며 넬슨을 현혹시켰다.

이후 다저스는 1사에서 칼 크로퍼드의 안타로 만루 기회를 만들었고, 애드리언 곤잘레스가 희생 플라이로 동점을 이뤘다. 번트가 아니었다면 나오지 못할 수도 있던 점수였다.

밀워키도 승부처에서 번트를 시도했다. 1-2로 뒤진 5회말 선두 타자 리키 윅스의 2루타와 후속 땅볼로 이어진 1사 3루. 밀워키 벤치는 하위 8, 9번 타순을 의식해 스퀴즈 번트 작전을 냈다. 그러나 진 세구라의 첫 번째 번트는 파울이 됐고, 두 번째는 떠버렸다.

이에 커쇼가 득달같이 달려들었고, 몸을 날려 뜬공 처리했다. 하릴없이 홈으로 뛰어들던 3루 주자 윅스는 절반도 귀루하지 못한 채 횡사하고 말았다. 세구라의 어이없는 번트와 커쇼의 살신성인 다이빙 캐치가 밀워키에는 최악의 결과가 되고 말았다.

결국 밀워키는 승기를 뺏긴 채 1-5 패배를 안아야 했다. 밀워키는 내셔널리그(NL) 중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안심할 정도는 아니다. 포스트시즌의 강자 세인트루이스가 맹추격 중이다. 이날 볼티모어를 꺾은 세인트루이스는 2경기 차로 밀워키를 압박했다. 2.5경기 차 3위 피츠버그도 호시탐탐 1위를 노리고 있다.

밀워키 역시 번트 실패 하나가 화근이 된 셈이다. 경기 후 론 로닉 밀워키 감독은 "스퀴즈에 실패했는데 만약 성공했다면 경기를 바꿀 수 있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번트 하나에 희비가 엇갈렸던 한국과 미국 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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