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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너무 내몰려…충분히 사랑 못해줘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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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선배가 기억하는 신해철 "노래만 부르진 않았다"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문화평론가 김성수 (서강대 철학과 선배)

가수 신해철 씨,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지 엿새만이던 어젯밤에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1968년생이니까 이제 겨우 마흔 여섯입니다. 1988년 대학가요제에서 무한궤도라는 그룹으로 대상을 타면서 가요계에 데뷔를 했죠. 그때 부른 '그대에게'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응원가로 불리고 있고요. 그 후에는 솔로로 또 그룹 넥스트(NEXT)로 활동하면서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해 왔던 인물입니다. 지금 많이들 애통해하고 있는데요, 잠시 그를 추억하는 시간 가져보죠. 문화평론가 김성수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김성수 씨 나와 계세요?

[김현정의 뉴스쇼-김성수 씨 인터뷰 전체듣기]

◆ 김성수> 안녕하세요, 김성수입니다.

◇ 김현정> 김성수 씨도 평론가로서가 아니라 그냥 팬으로서도 신해철 씨 음악 즐겼던 분이시죠?

◆ 김성수> 저한테는 좀 독특한 사연이 있는데 신해철 씨하고 같이 학교를 다녔어요.

◇ 김현정> 그러셨어요?

◆ 김성수> 같은 과 선후배 사이입니다. 1년 선후배이기 때문에 특히 함께 공부하고 이 친구가 어떤 삶을 살고자 했는지를 접했기 때문에 그래서 더 애정이 있었고 더 추억할 거리가 많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참 마음이 아픈 아침입니다.

◇ 김현정> 서강대학교 철학과 출신이시군요, 그러니까.

◆ 김성수> 예, 그렇습니다. 그때 당시의 분위기가 굉장히 엄혹했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도 굉장히 자유분방하게 자기의 할 일을 찾아서 하는 그런 소신 있는 친구로 기억을 하고 있죠.

◇ 김현정> 신해철 씨 하면 순간적으로 기억나는 어떤 모습이 있나요?

◆ 김성수>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그 당시에 대학가요제에 나가겠다고 그렇게 기타를 매고 다녔었어요. 굉장히 이질적인 모습이었는데 그러면서도 꼭 우리 과 사무실에 같이 들러서 친구들하고 같이 소통을 하는 데 게으르게 하지 않았고, 그런 측면 때문에 가수로 활동하고 있을 때에도 과 행사를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서 굉장히 의리가 있는 친구다라는 그런 평가를 받기도 했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런 사연이 있는 사이라 더더욱 가슴이 많이 아플 수밖에 없으실 것 같은데요. 음악 이야기를 좀 해 보죠. 사실은 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분들한테는 이 신해철 씨의 사망이란 건 사실 좀 충격적이기까지 한데…그분의 음악을 인생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 김성수> 자기만의 음악을 찾아다닌 도전의 시간이었다 이렇게 평가를 하고 싶어요.

◇ 김현정> 도전자였다…

◆ 김성수> 처음에 대학가요제 나와서 '그대에게'라고 하는 노래로 알려질 때는 사실은 아이돌의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 김현정> 귀공자 느낌이었어요, 얼굴도 잘생기고.

 

◆ 김성수> 그렇죠. 정말 멋있었죠. 그래서 한꺼번에 빠져들게 만들었는데. 그 이후에 무한궤도가 헤어지면서 솔로로 독립해서 자기만의 색깔을 갖춰나가는데요. 특히 2집 'Myself'가 상당히 의미 있는 앨범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솔로로 전향을 하면서 자신의 음반에 작사, 작곡, 프로듀싱 이런 것들을 해내면서 독특한 음악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그때만 해도 전형적인 발라드 왕자였거든요.

◆ 김성수> 그렇죠. 그러다가 갑자기 넥스트라고 하는 록그룹을 조직했는데, 사실은 넥스트를 조직하는 것이 저한테는 갑작스럽지 않았던 것이 이 친구는 록음악을 꼭 하고 싶어 했고 그리고 밴드음악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친구입니다. 그래서 그 넥스트를 조직을 해서 자기의 음악적인 시험들을 정말 다양하게 펼치는데요. 그런데 4집을 내고서 해체를 합니다. 그때 이유가 참 가슴이 아픈데요. '더 이상 올라갈 자리가 없다'라고 하는 굉장히 상징적인 말을 했죠. 기본적으로 음반시장이 조금씩 저물어들고 있었고 또 공연시스템은 굉장히 열악한 상태였어요. 그러다 보니까 팀을 가지고 이렇게 도전을 한다는 게 굉장히 어려워진 상태죠.

◇ 김현정> 그래서 넥스트를 해체하고 그때 유학을 떠났죠?

◆ 김성수> 그렇습니다. 유학을 떠난 이후에도 음악은 계속 진행을 했고요. 그래서 그 이후에도 꾸준히 앨범을 발표했는데, 저는 특별히 가슴에 남는 앨범이 이번에 마지막 낸 앨범입니다. 이 앨범에 실려 있는 노래들을 들을 때마다 신해철이 자기 얘기들을 많이 에둘러서 담고 있구나.

◇ 김현정> 예를 들면 어떤 식이에요?

◆ 김성수> 예를 들어서 ADDA 같은 노래죠. 가사가 "학교에 갔는데 졸업이 안 돼" 이런 얘기들이 자기 얘기거든요.

◇ 김현정> 자전적인 이야기들…

◆ 김성수> 네, 그런 얘기들이 들어가 있어서 '삶의 이야기를 이 앨범으로 정리했구나. 그래서 'Reboot Myself'라고 하는 제목을 달았구나' 이런 생각을 했는데, 갑자기 가슴 아픈 소식이 들려왔네요.

◇ 김현정> Reboot, 다시 부팅을 하자마자 지금 세상을 떠나신 거라서 더 마음이 아파요.

◆ 김성수> 그렇습니다.

◇ 김현정> 뭐 지금 음악 이야기 쭉 해 주셨습니다마는 우리 청취자들께 노래 제목만 쭉 읽어드려도 아마 쭉 정리가 되실 거예요.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안녕, 재즈카페, 나에게 쓰는 편지, 인형의 기사, 날아라 병아리, 도시인…' 계속 읽으면 이 방송이 끝나버릴 정도로 많은 히트곡들 남겼는데요.

오래된 팬들이 참 많은데 갑자기 쓰러지는 바람에 팬들이 전하지 못한 말들이 많습니다. 김성수 씨가 친구로서, 팬으로서, 평론가로서 떠난 신해철 씨한테 꼭 건네고픈 말, 이 말만은 해 줬어야 된다 하는 말이 있다면요?

◆ 김성수> 저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요. 신해철이 우리 곁에 있었는데 우리가 충분히 그를 사랑해 주지 못한 것 같아서…어떤 사회적인 흐름과 환경들에 너무 내몰려져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들이 듭니다. 최근에 음원시장의 재편이나 이런 것들까지도 다 어우러져서, 우리 마음을 제대로 전해 주지도 못했는데 마왕은 이미 가버렸어요.

◇ 김현정> 미안하다. 미안하다…맞습니다. 김성수 씨, 하여튼 너무 갑자기 허망하게 떠나서 허탈한 마음입니다. 하늘나라에 가서는 신해철 씨가 못 다한 음악 마음껏 펼칠 수 있기를 팬으로서 저도 기원하고요. 사람은 갔지만 음악은 남았습니다. 우리가 계속 음악은 사랑해야겠습니다.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 김성수> 고맙습니다.

[김현정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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