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자료사진)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2대1 이하로 줄이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것을 계기로 이번 기회에 자의적인 선거구 획정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마침 여야 모두 선거구획정위원회의 독립을 정치개혁 과제로 제시하고 있어 당리당략을 떠나 정치권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국회에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설치해 국회의원 선거구를 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거구획정위는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11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학계ㆍ법조계ㆍ언론계ㆍ시민단체와 선관위가 추천하는 외부인사가 위원이 된다. 선거구획정위는 선거 6개월 전까지 국회에 개편안을 제출한다.
그러나 국회는 지난 15대 총선 때 도입된 선거구획정위의 최종 개편안을 그대로 따른 적은 없었다. 획정위는 자문기구에 불과해 국회가 이를 반드시 수용해야 한다는 강제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선거구 조정은 공직선거법의 선거구 구역표를 바꿔야 하는 법 개정 사항이기도 하다.
19대 총선 때만 해도 획정위는 2011년 11월 8개 선거구는 분할하고 5곳은 통합하는 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당시 여야는 총선을 한달 여 앞두고서야 3개 선거구를 늘리고 2개 선거구를 통폐합했다. 지역구가 없어지는 동료 의원들의 반발이 거셌던 터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각각 텃밭인 영남과 호남에서 지역구 하나씩을 없애며 사태를 봉합했다.
헌재 결정에 따라 선거구별 인구편차 2대1을 적용하면 국회는 20대 총선을 앞둔 내년 말까지 전국 246개 지역구 중 62곳을 조정해야 한다. 선거구 조정 과정에서 인접 지역구도 영향을 받는다는 걸 감안하면 절반 이상을 손질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십, 수백명의 정치인과 지역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지난 선거들과는 비할 수 없을 정도의 갈등이 우려된다.
이처럼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하고 큰 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아예 정치권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국회에는 이미 새정치연합 이상민ㆍ박기춘 의원 등이 제출한 획정위를 선관위 산하에 설치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도 4건이나 발의돼 있다.
혁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양당은 공교롭게도 획정위 독립을 공히 정치개혁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은 최근 "국회의원들이 자기 손으로 유리하게 선거구 획정을 하지 않도록 법 개정을 통해 선거관리위원회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위원장도 "선거구획정위는 외부전문가로 독립기구화하고 거기서 결정된 것은 국회가 그대로 수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보수혁신위는 3일 선거구 획정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보수혁신위 대변인을 맡고 있는 민현주 의원은 "혁신위 뿐만 아니라 당 차원에서 민주주의 기본원칙을 지켜나가는 데 최선을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