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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정 떠난 이유리…'국민 악녀'의 진짜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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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MBC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지독한 악녀 연민정을 연기했던 이유리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처음 욕먹을 때는 충격 받았었는데, 이젠 친숙해요".

여배우 이유리가 데뷔 15년 만에 값진 결실을 얻었다.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연민정 역할을 맡아 명실공히 인기 여배우로 우뚝 선 것.

주말드라마 조연에 악역, 주목 받기 힘든 자리였지만 그는 끝내 지독한 악녀 연민정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전국민의 애증(?)은 자연스럽게 뒤따랐다.

인터뷰 자리에 나타난 이유리에겐 아직까지 연민정의 자취가 맴돌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라운딩 인터뷰가 처음이라며 웃는 모습은 영락없는 배유 이유리였다.

배우 인생의 단 6개월. 연민정으로 살았던 이 시간이 이유리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그와 이별한 지금, 배우 이유리는 어떤 마음일까. 그의 진솔한 내면을 취재진이 들여다봤다.

다음은 이유리와의 일문일답.

-연민정 캐릭터와 이별한 소감은 어떤가요?

"민정이를 연기 못하니까 아쉬워요. '연민정 앓이'도 신기하고, 사실은 지금 바쁘게 생활하고 있어서 기쁘죠"

-캐릭터를 내려 놓기가 쉽지는 않겠어요.

"내려 놓으려고 하는데 리바이벌 하길 원하는 분들이 많아요. 인천 아시안 게임 선전 영상도 되게 웃기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연민정 캐릭터 때문에 사랑도 받았으니까 꼭 내려놓고 그러기 보다 하나의 캐릭터가 된 것이 기쁜 일이죠"

-악역 연기하면서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나요?

"사실 시놉시스로는 캐릭터 파악이 정확히 안돼요. 대사를 봐야 캐릭터가 전해지거든요. 촬영하기 전에 한계가 있고, 다 표현하기는 부족하니까 국내든 해외든 (악역 캐릭터를) 많이 찾아 봤어요. 외국 배우들도 봤고, 남자 악역들이 나오는 영화를 보기도 하고요"

-촬영하면서 힘들거나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을 것 같아요.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게 찍었던 장면은 폐공장 장면과 유산 장면이에요. 더 길게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장면이 짧아서 아쉬웠어요. 편집을 많이 했다고 들었는데 아쉽더라고요. 한편으로는 다행이었어요. 이상하게 연기한 것들은 잘린 거니까. '연기 못하고, 자신 없었던 부분들이 나가지 않아서 다행이다' 생각했죠"

-스스로 보기에 연민정 캐릭터는 어떤가요?

"저는 솔직히 1인 옹호자죠. 민정이를 유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해야 하는 사람이잖아요. 짠하고, 불쌍하고, 가슴 아프고 그랬어요. 다른 동료 배우들한테 그런 얘기하면 말도 안 된다고 그러더라고요. 다른 캐릭터들이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민정이에게 많이 빠져 있었어요. 중간에는 인터뷰가 조심스럽더라고요. 민정이가 너무 나쁜 짓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 편을 들어서 말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죠"

-연기하면서 지치지는 않았나요?

"긴장된 장면을 워낙 많이 촬영해서 처질 수가 없었어요. 남한테 져서도 안되고, 기에 밀려서도 안되고 이겨야 되는 싸움이었으니까. 그런 장면들이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칠 수 없었어요. 부끄러운 점이, 남들 연기하듯이 똑같이 한 건데 거창하게 되더라고요. 전 거창하게 연기한 것이 아니고 주어진 캐릭터를 그냥 연기했어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MBC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지독한 악녀 연민정을 연기했던 이유리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본인이 꼽는 '왔다! 장보리'의 명장면이 있다면요?

"기억에 남는 장면은 초반에 갓난아기를 떼어 놓고 나오는 장면이에요. 갓난아기를 뿌리치는 것이 기억에 남아요. 수영장 장면도 생각나네요. 입은 것이 수영복이냐고 하는 사람도 많았어요. 수영복 장면에 담긴 작가님의 의도를 알잖아요. 그런데 그럴 몸이 아니라 최대한 가리려고 노력했어요. 그 수영복 구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하고 많이 돌아다녔죠"

-열린 결말로 끝났는데 그 후에 재희와 민정이는 어떻게 됐을까요?

"원래 시놉시스는 재희가 다시 민정이를 집으로 데려가는 내용이었어요. 그런데 거기까지 안 나오고 헤어지는 것처럼 애매하게 끝나더라고요. 사실 재희가 순정남이잖아요? 그러니까 돌아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내의 유혹' 패러디 부분은 어땠어요? 김순옥 작가 드라마는 좀 봤나요?

"작품 한다고 해서 '천사의 유혹', '다섯손가락', '아내의 유혹' 전부 다 봤어요. 패러디 장면은 많이 웃겼죠. 점 찍고 시치미 떼고 했잖아요. 대본에 없었거든요.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굉장히 오버하면서 촬영했어요. 진짜 유치원 선생님은 그렇게 안 한다는 얘기도 있더라고요. 제 원래 목소리가 허스키해서 쉰소리가 나니까 동작을 많이 했어요. 촬영장 분위기는 오글거렸죠"

-전체적으로 결말은 마음에 들었나요?

"마음에 들었어요. 저도 기대하면서 왔는데 그렇게 끝나니까 개인적으로 좋은 것 같더라고요. 더 빨리 벗어날 수 있어서…. 분명히 시청자들 중에서는 연민정이 어떻게 망하나 끝까지 보겠다는 생각으로 기다린 분들도 많았을 거예요. 그러면 사고가 나거나 다치거나 이랬을텐데 전혀 반전으로 끝난 거잖아요. 색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연민정 패러디도 굉장히 많았는데 어떻게 봤어요?

"다 캡처해 놨어요. 앨범으로 만들고 싶어요. '나중에 다 자료를 모아서 추억으로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SNS에 많이 올려주셔서 봤는데 기분이 좋더라고요. 손수 그렇게 만들어 주셔서 정말 감사하죠. 남자 분들이 '후'하면서 손바람 부는 패러디가 되게 재밌어요"

-성혁, 오창석, 김지훈 3명 배우들 중에서 좋아하는 스타일은 누군가요?

"취향이기보다는, 취향은 이미 있고요.(웃음) 성혁 씨는 진짜 남동생 같아요. 어제도 같이 광고 찍었는데 정말 친남동생 같고, 오창석 씨는 귀염둥이 순정남이에요. 남자다운데 아이돌 가수 노래하거나 랩하면서 복도 걸어다니고 그래요. 종방연 때 '호구와트' 티셔츠도 본인이 구입해서 다리미로 다려서 입혀주고 그러더라고요. 정말 엉뚱해요. 김지훈 씨와는 드라마 '러빙유' 때 만났었는데 다들 좋았던 것 같아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MBC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지독한 악녀 연민정을 연기했던 이유리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사실 결말로 갈수록 연민정이 부각되는 측면이 있었어요. 오연서 씨도 그 부분에 '좀 섭섭했다'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어땠나요?

"오연서 씨 기사가 나갔는데 그 후에 문자가 왔더라고요. 언니 걱정된다고, 언니를 그렇게 생각해서 말한 것이 아니라고요. 서로 그런 얘기 하기도 하고 문자 자주 하거든요. 사실 저는 연기 분량 생각하면서 연기하지는 않아요. 후반으로 갈수록 작가님이 분량이 많게 써주셨는데 감사한 것도 있어요.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많았던 것은 크게 감사할 점이죠. 주목 받는 것은 저도 느꼈어요. 동료 배우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그랬죠"

-인기가 굉장히 많아졌는데 실감이 나나요?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 욕심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솔직히 아무 생각이 없어요. 지금 하루하루가 너무 생소하고…감사하고, 기뻐하면서 재밌게 보내는 생각들을 하고 있어요. 지금도 조인성 씨나 스타들은 항상 이렇게 인터뷰하겠구나 생각해요. 광고 찍고 이런 것도 영원하지는 않잖아요? (연기대상도) 진짜 아무 생각이 없어요. 와닿지도 않고…. 그리고 거기까지는 아직 많이 남았잖아요"

-장보리 역할을 맡아서 연기 했으면 어땠을 것 같나요?

"오연서 씨 말처럼 오연서 씨와는 또 다른 장보리 캐릭터가 나왔겠죠? 그런데 '오연서 씨처럼 사투리를 잘할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이 드네요. 사투리가 어렵더라고요. 또 오연서 씨만의 외모도 있기 때문에 (제가 한다면) '지금의 장보리처럼 보였을까?' 그런 생각도 해봤던 것 같아요. 다양한 배우가 있는 것처럼 똑같은 캐릭터가 주어져도 전부 다르게 나오니까 다른 색깔의 장보리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다시 만나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요?

"오연서 씨요. 만나서 정말 사이 좋은 자매로 연기해보고 싶어요. 연서 씨 실제 성격이 털털해요. 많이 웃으면서 화기애애하게 촬영하고 싶네요"

-김수현 작가와 김순옥 작가의 차이점이 있나요?

"차이점은 잘 모르겠어요. 그냥 김순옥 작가님은 배우에게 '해 봐라'고 하고, 좋은 것은 또 살려주고 그런 스타일인 것 같아요. 현장에서는 사실 떨리지만 애드리브 연기도 해볼 수 있고요. 이런 건 너무 조심스러운 말이죠"

-연민정을 만나서 가장 달라진 점은 뭔가요? 연민정 역할이 너무 인상 깊어서 캐릭터 고착화에 대한 걱정도 있을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연민정이라는 이름은 금방 잊혀지겠지만 한 번이라도 입에 오르내릴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크죠. 배우 이유리에게도 더 다양하고 폭넓게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요. 캐릭터가 없었던 배우에게 캐릭터가 생긴 것은 좋은 거예요. 벗어나기 힘들 수도 있는데 현재로서는 기뻐요"

-아무래도 악역 캐스팅이 많이 들어올 것 같은데, 하고 싶은 배역 있나요?

"'반짝반짝 빛나는' 끝나고도 악역이 들어오고 했어요. 그런데 다행히 착한 역할도 한 경력이 있어서 골고루 들어오는 편이에요. 하고 싶은 캐릭터는 작품마다 다를 것 같아요. 엄청나게 밝고 재밌는 것도 해보고 싶고, 전체를 아우르는 색다른 악역이라든가…. 사극, 액션, 코미디 다 좋아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MBC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지독한 악녀 연민정을 연기했던 이유리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연민정 때문에 욕도 많이 들었을 것 같아요.

"초반에는 욕이 많으니까 쇼크로 다가왔었거든요? 그런데 하도 많이 듣다보니까 적응이 되는 것이 있더라고요. 충격으로 다가오기 보다는 많이 친숙해졌어요. '(드라마를) 많이 보는 구나', '나를 부르는 것이 맞구나' 그렇게 생각했죠. 워낙 욕도 많이 먹고, 어딜 가든 '국민 악녀'로 소개되니까 그런 것에 젖어 있어서…. 시장가면 저 알아보시고 '왜 그랬어. 제대로 살아' 이런 분도 계셨어요. 솔직히 얘기하면 속상하기보다는 뭔가 뭉클하고 애매모호한 감정이네요"

-'연예인병'은 걸려 보지 않았나요?

"그런 것을 제가 좀 못 견뎌요. 그건 있어요. 밖에서 절 알아보는 분들이 있는데 휴대폰 만지작 거리면서 눈치보고 다가오질 못해요. 그럼 제가 먼저 다가가서 사진 찍고 싶은지 물어봐요. 그런 게 약간 '연예인병' 아닌가요?(웃음) 저도 비행기 안에서 빅뱅 탑 씨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 얘기를 못한 적이 있어요. 연예인이 연예인을 봐도 기념사진 찍고 싶다는 말을 차마 못하겠더라고요"

-이제 중견 배우라고 불릴 경력인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해요?

"아직도 못해본 것이 많고, 매작품이 새로워요. 성혁 씨가 저보고 신인같다고 했는데 새 작품 만나면 늘 신인 같아요. 설레고, 잘할 수 있을까. 이 작품 잘될 수 있을까, 그런 두려움 반 설렘 반…. 성혁 씨나 다른 배우들이 선배라고 호칭 붙일 때 황당하더라고요.(웃음) 다들 저랑 거의 비슷하게 경력 많거든요. 왜 그런 호칭 붙이냐고 그랬어요. 선배 절대 아니라고. 그냥 누나, 언니, 오빠, 동생하면서 친한 것이 좋아요"

-'왔다! 장보리' 배우들과도 같이 모임 가지나요?

"다시 만나서 진짜 다이어트 없는 회식하기로 했어요. 더치페이 모임으로 하자고 했어요. 그래야 자주 모인다고. 우희진 씨가 꼭 본인이 내겠다고 하는데, 스스로 먹은만큼 내는 거예요. 빨리 모였으면 좋겠어요. 수다떨고 싶고, 보고 싶어요. 성혁 씨도 어제 광고 촬영 때문에 만났는데 너무 반갑더라고요. 성혁 씨와 멜로 찍어도 재밌을 것 같아요"

-맛있는 음식 먹는 거 좋아하나봐요.

"살이 잘 찌는 체질인데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이국주 씨와도 한 번 대결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이국주 씨가 군것질도 잘 안 하고 많이 못 먹는다고 그러더라고요. 진짜 잘 먹는 분과 대결해보고 싶네요. 성혁 씨가 맛집 탐방 1등이라 음식 찍어서 스마트폰 메신저 채팅방에 올려요. 그러면 전화 번호는 뭔지, 위치는 어디인지 다 물어보고…. 이번에도 촬영 끝나는 즉시 짜장면, 짬뽕, 탕수육, 혼자 시켜서 다 먹었어요"

-다음 행보에 대한 계획 있나요?

"특별히 작전을 짜진 않고, 다음 작품은 제가 좋아하는 작품, 즐겁게 촬영할 수 있는 그런 영화나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가 행복해야 시청자들도 행복하니까요"

-대중들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요?

"너무 요란하지 않게, 그냥 연기로 꾸준히 보여드리고 싶어요. '반짝'하기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연기를 꾸준히 계속했으면 좋겠어요. 기억에 남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는 쌓아왔다기 보다 늘 있었던 배우잖아요. 그런 배우였기 때문에 지금의 결실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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