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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독주 잡겠다고? 왼손 투수 데려오면 들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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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강의 좌타 라인' 삼성 이승엽-최형우-채태인-박한이(왼쪽부터) 등 막강 왼손 타자들은 사자 군단의 4년 연속 통합 우승의 원동력이었다.(자료사진=황진환, 박종민 기자)

 

삼성의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KS) 통합 4연패로 막을 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최강 타선의 넥센이 기세좋게 창단 첫 우승에 도전했지만 삼성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눈물을 흘려야 했다.

사자 군단의 최대 강점은 투타의 안정된 조화다. 수년째 리그 정상급 기량을 보이고 있는 마운드와 타선이 두텁다. 최근 3년 동안 정규리그 팀 타율과 평균자책점(ERA) 모두 1, 2위를 달렸다.

특히 KS에서는 좌타 군단의 위용을 뽐냈다. 야구가 실점을 최소한 줄여야 경기임을 감안하면 삼성의 왼손 타자들을 막지 못한 것이 도전자들의 패배 이유였다. 삼성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왼손 투수를 보강해야 하는 이유다.

▲2012 이승엽-2013 박한이-2014 최형우

2010년대 삼성 왕조의 시작인 2011년 사자 군단의 힘은 마운드였다. 그해 삼성은 팀 ERA 3.35로 단연 1위였다. SK(3.59)와 함께 유이한 3점대 ERA였다. 반면 팀 타율은 2할푼9리로 6위였다. 2011년 SK와 KS도 마운드의 힘으로 가져갔다. 팀의 4승에 모두 나와 3세이브를 올린 최강 마무리 오승환이 MVP였다.

하지만 이후 '국민 타자' 이승엽(38)이 일본 생활을 청산하고 가세하면서 타선의 힘도 강해졌다. 이때부터 삼성의 막강 좌타 라인이 화룡점정을 이뤘다. 2011년 홈런왕(30개) 최형우에, 대기만성형 천재 채태인, 터줏대감 박한이에 이승엽 등 왼손 타자에 박석민과 배영섭까지 좌우 라인이 짜임새를 이뤘다.

'좌타 만세' 삼성 최형우가 넥센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9회말 결승 끝내기 안타를 때리자 채태인이 뛰어와 안기는 모습(왼쪽)과 3차전에서 박한이가 결승포를 때려내고 환호하는 모습.(자료사진=박종민 기자)

 

특히 가을야구에서 왼손의 힘이 맹위를 떨쳤다. 3년 연속 좌타자의 불방망이가 삼성을 정상에 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012년에는 이승엽이 복귀 첫 해 10년 만의 KS에서 맹활약했다. SK와 1차전 결승 2점 홈런과 6차전 싹쓸이 3타점 3루타 등 타율 3할4푼8리 1홈런 7타점을 올렸다. 4승2패 KS 우승을 이끌며 시리즈 MVP에 올랐다.

지난해는 박한이(35)가 날았다. 두산과 KS에서 5차전 결승타와 6차전 쐐기 3점 홈런 등 4승3패 역전 우승을 이끌었다. 타율 2할9푼2리 1홈런 6타점 6득점으로 MVP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 넥센과 KS도 좌타자들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시리즈의 분수령이던 3차전에서 8회 이승엽이 행운의 적시타를 때렸고, 9회 박한이가 결승 2점포를 쏘아올렸다. 5차전에서는 최형우가 극적인 9회말 끝내기 2타점 역전 2루타를 뽑아냈다. 야마이코 나바로가 MVP에 오르긴 했지만 이들이 없었다면 우승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두산-넥센, 좌완 불펜 없어 분루

최근 3년 동안 삼성의 아성에 도전했던 팀들은 모두 사자의 크게 날카로운 왼쪽 발톱에 나가떨어졌다. SK와 두산, 넥센 등이다.

특히 두산과 넥센은 왼손 불펜이 없어 시리즈 내내 고전한 끝에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다. 쓸 만한 좌완 1명만 있었어도 우승컵의 주인이 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두산은 지난해 KS에서 좌완은 선발 유희관뿐이었다. 핸킨스, 정재훈, 홍상삼, 윤명준, 변진수, 오현택 등 불펜 자원이 모두 오른손이었다. 좌투수가 좌타자에게 강하다는 야구 속설을 철저히 외면한 엔트리였다. 그러나 두산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끝내 넘지 못한 삼성 좌타 라인' 넥센은 손승락(왼쪽)의 혼신투 등을 앞세웠지만 결국 삼성의 두터운 왼손 타자들에 결승타를 맞았고, 지난해 두산은 좌완 유희관(오른쪽)을 제대로 쓰지 못해 분루를 삼켰다.(자료사진=박종민, 황진환 기자)

 

결국 승부처에서 삼성 좌타자들에게 뼈아픈 일격을 당했다. 3승1패로 앞선 5차전에서 두산은 5-5로 맞선 8회 삼성 왼손 라인에 우투수 일색으로 맞서다 박한이에게 결승타를 맞고 무너졌다. 6차전에서도 승부처인 6회 우완 불펜이 박한이 등을 막지 못해 내줬다.

올해 넥센 역시 마찬가지였다. 워낙 투수 자원이 없는 넥센은 10명으로만 KS 엔트리를 짰는데 선발 앤디 밴 헤켄, 오재영 외에는 좌완이 없었다. 필승 불펜 손승락, 조상우, 한현희는 모두 우완이었다.

넥센도 승부처에서 상대 좌타자에 쩔쩔 맸다. 3차전에서 한현희가 박한이에게 통한의 결승 2점포를 허용했고, 5차전에서는 호투하던 손승락이 수비 실책 이후 최형우에게 우선상 결승타를 맞고 무너졌다. 사실상 시리즈의 향방이 갈린 고비였고, 그걸 못 넘어서 우승컵을 내줬다.

▲특급 좌완 없는 내년, 삼성 왼손 득세 심화?

김진욱 전 두산, 염경엽 넥센 감독은 삼성 왼손잡이들의 힘을 알면서도 도리가 없었다. 두 감독은 "좌투수가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구성이었다"고 했다. 왼손 투수가 귀한 현실을 절감하는 대목이다.

2012년 SK는 그나마 나았다. 박희수, 정우람 등이 있었다. 그럼에도 막지 못했다. 여기에 1차전과 6차전에서 이승엽에게 결정타를 맞은 투수는 윤희상과 채병용 등 우완이었다.

결국 삼성의 좌타자들을 잡아야만 KS 우승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에도 사자 군단의 왼손 타자들은 건재하다. 기존 4인방에 올해 경험을 쌓은 아기 사자 박해민까지 좌타자다.

'우리도 있어요' 올해 삼성의 4연패에 쏠쏠한 활약으로 힘을 보탠 박해민(왼쪽)과 우동균.(자료사진=임종률, 박종민 기자)

 

올해 삼성 좌타자들은 고르게 무서웠다. 이승엽(32홈런 101타점)-최형우(31홈런, 100타점)-채태인(14홈런, 99타점) 등 3명이 300타점을 합작했다. 박한이도 타율 3할3푼1리 80타점 83득점을 기록했고, 신고 선수 출신 박해민은 타율 2할9푼7리 36도루(5위) 65득점을 해줬다. 4연속 우승 동안 정규리그 MVP는 없었다. 특출한 선수는 없어도 팀 타선이 특별했다.

내년 시즌에는 김광현(SK), 양현종(KIA) 등 특급 좌완들이 해외로 떠날 예정이다. 더더욱 왼손 투수들의 품귀 현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과연 어느 팀이 삼성을 잡을 수 있을까. 해답은 '사우스 포'를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길러내느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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