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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어떤 선택 했을까'…"그래, 기자 그만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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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질' 접고 '아빠'가 된 한 남자 이야기

한 남자가 병마와 싸우던 젊은 아내를 떠나 보낸 뒤 '기자질'을 접고 제대로 된 '아빠'가 되기로 했다. 그가 소소한 일상을 담아 블로그에 올린 글들은 입소문을 타고 잔잔한 감동을 일으켰다. 7살짜리 아들을 둔 아빠에게는 출판과 방송 출연 제의가 연이어 들어왔다. 최근 그를 서울 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편집자 주]

 

◈ 아내와의 작별…"이젠 좋은 아빠 되자"

"자기 이름과 내 이름과 아이 이름을 연신 불렀어요. 의식도 없었는데…."

민호(7) 아빠 강남구(38) 씨의 아내는 숨을 거두기 하루 전까지도 사랑하는 가족을 자신의 가슴에서 떠나보내지 못했다.

"'고열의 원인을 찾았다'고 아내에게 알려줬더니 눈가에 이슬이 맺히더라고요. 기쁨의 눈물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건 작별의 표시였어요"

지난 2012년 5월 15일 새벽 1시. 아내는 34살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재생불량성 빈혈'로 병원에서 이식을 받던 중 생을 마쳤다.

이로부터 2년 6개월이 흐른 지난 11월 그는 결국 15년 기자생활을 마감하고 자신이 다니던 한 공중파 방송사에 사표를 냈다.

훌륭한 기자로 사는 삶보다는 '좋은 아빠'로서의 삶이 훨씬 값어치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아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아내가 떠나면서 제게 준 교훈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시간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같은 시간 속에서 아이와 함께 있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강남구 씨와 아들 민호군

 

◈ 내가 몰랐던 동심 세계…"어른들의 삶에 방향 제시"

그는 아내와 사별 후에도 기자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결국 1년 후 엄마 잃은 아이 걱정에 잠시 육아휴직을 떠나기도 했다.

민호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참으로 행복했다. 미처 몰랐던 동심 세계에 대해서도 많이 깨달았다.

어른들은 앞만 보고 직선으로 걷는데 아이들은 곡선으로 걷는다. 자연의 변화에 대해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나뭇잎을 집으려 갑자기 허리를 굽히기도 하고 어느새 새소리를 따라 방향을 틀기도 한다.

"대한민국 아빠들은 표정이 없어요. 술을 마시면 더 일그러지죠.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표정이 가득하죠. 웃고 울고 막 떠들고…. 일상의 모든 것이 놀이죠. 아이들은 좋은 일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해요. 그래서 함께 있으면 나도 살아있음을 느끼죠. 아이들은 어른들의 삶에 하나의 방향을 제시해요."

강남구 씨와 아들 민호 군

 

◈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건 다른 것은 포기한다는 의미"

직장을 그만두면서 현실로 떠오른 가장 큰 문제는 '호구지책'이었다. 하지만 그는 '호구지책'을 정하면서도 분명한 원칙을 세웠다.

먼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싫증 내지 않고 오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결론은 읽고 쓰는 일이었다. 15년 기자 생활의 영향이 컸다. 무언가를 읽고 쓸 때 아늑함을 느꼈다.

육아휴직 기간에 일상을 날마다 블로그에 올리면서 누군가와 따뜻한 마음을 나눴던 기억도 좋았다.

과거 방송사에서 파업기간 동안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논술강사를 했던 경험도 떠올랐다. '논술을 집에서 한번 시작할까'하고 주변에 여쭤보았더니 20여 명이 모였다.

"경제적으로는 여전히 불안하죠. 그래도 급한 불은 끈 셈입니다. 무엇을 선택한다는 것은 곧 무엇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잖아요. 선택이 어려운 건 다른 걸 포기하지 못해서죠. 전 아빠가 되기 위해 경제적인 안정과 약간의 사회적 지위를 내려놓은 거죠."

 

◈ "이름 모를 이들의 격려와 위로…우리에겐 큰 힘"

그는 아내와 사별 후 '주부아빠'라는 필명으로 '떠난 아내, 남은 아들에게(http://blog.naver.com/areopagi)'라는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 모두 500여 편에 가까운 글을 사진과 함께 올렸다.

아들에게 떠난 엄마와의 소중한 추억을 하나하나 알려주기 위해 만든 블로그에는 지금까지 18만 5천여 명이 다녀갔다. 블로그를 찾는 네티즌들은 민호와 민호 아빠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들이다.

어떤 분은 아이 옷을 선물로 보내주시기도 했다. 또 영국에 사시는 한 분은 숨이 멎은 아내를 끌어안고 통곡을 하던 사연을 보내오기도 했다.

"한국 아빠들은 스스로 마음의 상처를 드러내는 데 대단히 미숙해요. 그래서 슬퍼도 울지 않고 화가 나도 술로 풀죠. 하지만 그런 자기통제와 억압이 더 큰 병을 만들어 돌출행동을 하게 만듭니다. 자기 상처와 자기감정을 외부로 솔직히 드러내세요. 그러면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따뜻하게 손을 잡아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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