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개입' 의혹 제기된 인사파동들
박근혜 정부의 인사과정에서 정윤회씨와 3인방 등 비선조직의 연루 가능성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박근혜정권 들어 벌어진 다른 인사파동들까지도 이들이 '개입한 결과'가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4일까지 각종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윤회씨는 승마 선수인 딸의 특혜 여부를 감사한 문화체육부 국장과 과장이 지난해 9월 경질당하게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올초 청와대 3인방과 '김기춘 사퇴설·와병설'을 확산시키는 수법으로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를 도모했다는 의혹도 일찌감치 제기됐다.
아울러 지난 5월 남재준 국정원장 및 9월 국정원 1급 간부의 줄사퇴, 지난 10월 이재수 기무사령관의 경질 등에도 정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남 전 원장은 '청와대 문건 유출'에 대한 박지만씨의 조사요청을 수용했기 때문에, 국정원 간부와 이 전 사령관은 '박지만 라인'이었기 때문에 밀려났다는 설이다.
반대파에 의한 인사파동 의혹 사례도 나왔다. 지난 7월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의 사퇴는 반대로 김기춘 실장이 '정윤회 라인'인 김 전 위원장을 내친 결과라는 것이다. 정씨와 3인방, 그리고 반대파들 간 비선끼리의 암투가 벌어졌다는 보도들이다.
물론 당사자들은 '사실무근'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이것 말고 더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인사와 관련해 그동안 미심쩍던 부분들이 봇물터지듯 나오는 양상이다. 야권에서 '만만회'를 거론할 때도 없는 얘기를 한 건 아니었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왼쪽), 정윤회 씨 (자료사진)
정씨와 3인방에 의해 사임한 것으로 보도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인사 대상자 검증을 하고 있는 중에(검증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인사 발표가 나버린 적이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비선이 공식 절차를 무시하고 인사를 내버렸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신현돈 1군사령관의 불명예 전역, 11월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의 경질 등 '예상 밖 인사'에도 비선 개입 의혹이 제기된다. 이들 사례는 지나치게 비합리적이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음주 추태'를 빌미로 내쫓긴 신 전 사령관은 추태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음에도 경질됐다. 전임자 시절의 '방산 비리' 책임으로 물러난 노 전 위원장은 경질 당일까지도 자신의 신분변화를 모른 채, 회의 주재 등 일정을 소화하다 쫓겨났다.
여기에다 국민적 공분을 산 주요 '인사 실패' 사례에서도 비선의 개입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친일사관' 논란이 불거졌던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에는 정윤회씨나 3인방이 개입했다는 말이 나돌았다. 지난해 대통령 미국순방 때 현지에서 성추행을 저지른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도 3인방이 천거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새누리당의 한 원외 인사는 "보도가 다 맞는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대통령 보좌는 등한시하고 자기들끼리 싸움만 했다는 의혹을 자초한 것은 비선라인 본인들이다. 충신이 돼야 할 사람들이 대원군이나 섭정 노릇을 했다면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