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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다양성 보루 독립영화 "곧 죽을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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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영화 10대뉴스 ③] 전용상영관 태부족이 부른 독립영화계 위기

 

한국영화 다양성의 보루인 독립영화계가 생사의 기로에 섰다.

대기업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자본의 논리와 정권 눈치보기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데다, 정부조차 독립영화계의 위기를 수수방관하는 탓이 크다. 어떻게든 숨통을 터 보려는 독립영화 진영의 다급한 행보와는 극명히 대비되는 풍경이다.

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개봉한 한국산 다양성영화 가운데 5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작품은 단 6편. 더욱이 상위 22편을 제외하고는 모든 영화가 1만 관객조차 모으지 못했다.

최근 막을 내린 '서울독립영화제 2014'에 접수됐던 장·단편 영화만 1000여 편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 독립영화계의 처참한 상황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지연 사무국장은 이날 CBS노컷뉴스에 "암담하고 무기력한 상황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죽을 것 같다"는 표현을 썼다.

이 국장은 "영화마다 손익분기점이 틀리지만 작품당 관객수 5, 6만 명, 더 나아가 평균 10만 명은 돼야 다음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을 수 있다"며 "홍보 비용은 차치하고 제작비조차 건지기 힘든 지금 환경에서 한 작품 만들고 사라지는 감독들이 부지기수"라고 토로했다.

막대한 제작비를 들이는 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얻고자 흥행 공식에 충실한 상업영화와 달리, 독립영화는 소재에 한계를 두지 않고 작품을 만들어 온 덕에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책임지고 있다.

지금도 이러한 독립영화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으며, 관객들의 인식도 성장하면서 그 중요성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이 국장은 "독립영화 진영의 몸집은 커지고 있는 데 반해 제작 환경과 독립영화인의 생활은 더욱 궁핍해지고 있다"며 "이것이 빛과 그늘일 텐데, 독립영화 관련 단체·배급사·극장 모두 절대적인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고 인지하는 점을 많은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 독립영화전용관 단 4곳…"상생 외면·정책 후퇴"

 

독립영화계가 생환을 위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데는 상영관 문제가 가장 크다.

한국독립영화협회에 따르면 전국에 문을 연 독립영화전용관은 단 4곳. 민간에서 운영하는 서울 광화문의 인디스페이스와 영진위 직영인 서울 강남구 인디플러스, 서울 성북구에서 운영하는 아리랑시네센터, 한국영상자료원이 운영 중인 시네마테크 KOFA 2관이 전부다.

네 곳 모두 서울에 자리잡고 있어 그 외 지역에는 독립영화전용관이 전무한 셈이다. 그나마 개봉작을 상영할 수 있는 곳은 인디스페이스와 인디플러스 두 곳뿐이라는 점에서 상영관 잡기는 전쟁과 다름없다.

이 국장은 "2007년 인디스페이스가 개관할 당시 독립영화계가 전문가로서 기획을 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었는데, 지금은 영진위나 지자체에서 이러한 부분을 고민하지 않고 있다"며 "우려했던 대로 최근 영진위 직영 인디플러스가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을 거부한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독립영화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통로는 오히려 좁아지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더욱이 현재 영진위원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책이 오히려 후퇴하고 있어 문제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례로 영진위 예술영화상영관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는데, 올 초 이에 대한 심사가 마무리돼 문화체육관광부로 넘어간 일이 있었다. 당시 문광부는 "지원이 기존 방식과 같고,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공모 결정을 내렸다.

그 여파로 지금까지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독립영화를 상영해 온 단관 극장 5곳이 탈락했다. "그때 탈락한 극장 가운데 어느 곳은 운영이 어려워져 문을 닫게 됐다"는 것이 이 국장의 설명이다.

그는 "지금도 지역별로 독립영화전용관을 설립할 목적으로 공청회를 여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책적 뒷받침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립영화가 관객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서는 대기업 멀티플렉스 극장과의 협력도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하지만 양자간 협약이 이뤄지더라도 강제력이 없다보니 동반성장은 '그림의 떡'에 머무는 모습이다.

이 국장은 "시장 논리를 강조하는 멀티플렉스 측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동반성장을 논하는 자리를 통해 협약이 이뤄져도 지켜지지 않는 현실에서 아쉬움이 크다"며 "멀티플렉스들이 4만 관객을 넘긴 다이빙벨에 상영관을 주지 않아 자본의 논리도, 관객의 요구도 외면하는 모습을 접하면서 상생은 더욱 먼 얘기가 됐다"고 말했다.

◈ 민간 전용관 설립 지원 절실…"정부·기업, 현실 공유해야"

 

독립영화계 내부의 부익부 빈인빈 현상이 심화되는 것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멀티플렉스의 예술영화전용관에 걸린 소수의 독립영화만 주목받는 현실에서 여타 독립영화가 설 자리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멀티플렉스에 비해 시설이 열악한 민간 독립영화관의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는 점도 그렇다. 이들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갈수록 줄어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다양한 독립영화가 소개될 기회를 잃고 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 여파가 독립영화 전문 배급사에 직접적으로 미치고 있다.

이 국장은 "2007년 인디스페이스 개관을 기점으로 한두 곳에 머물던 독립영화 전문 배급사가 여럿 설립돼 활발히 활동해 왔지만, 지난해와 올해 독립영화계가 침체일로를 걸으면서 유지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나마 여러 지역에서 민간 독립영화전용관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점은 독립영화 진영의 희망이다.

대구에서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전용관이 문을 열 준비에 들어갔고 부산, 울산, 충북 청주에서는 설립을 위한 공청회가 진행 중이다.

이 국장은 "이들 민관 전용관은 기본적으로 덜 대중적인 작품들이 안정적으로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창구가 되자는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며 "독립영화의 상영 기회가 확대되고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결국 독립영화계를 살릴 길은 당사자인 독립영화인들과 멀티플렉스를 운영하는 대기업, 정책을 펼치는 정부가 모여 방안을 모색하는 것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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