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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배우 기근 충무로…아이돌과 상생을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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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영화 10대뉴스 ④] 제한된 선택지 아이돌 진영서 대안 찾기

 

아이돌이 20대 배우 기근에 허덕이는 충무로의 목을 축여 주고 있다.

'변호인'의 임시완, '타짜-신의 손'(이하 타짜2)의 최승현, 그리고 '카트'의 도경수. 올해 차례로 개봉한 화제작 안에서 빛을 발한 아이돌 출신 배우의 얼굴들이다.

올해 첫 1,000만 영화로 이름을 올린 변호인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임시완은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의 멤버다.

이 영화에서 고문에 스러지는 청춘 진우 역을 무리 없이 소화한 임시완은, 현재 신드롬을 낳으며 방영 중인 드라마 '미생'에서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제 그에게 배우라는 타이틀은 낯설지 않게 된 모습이다.

변호인을 제작한 위더스필름 최재원 대표는 10일 CBS노컷뉴스에 "시완 군을 캐스팅한 이유는 의외로 심플했다"며 "인지도 있는 20대 가운데 부산 말을 할 수 있는 친구라는 조건에 잘 부합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최 대표는 "사실 아이돌 출신이어서 연기력에 대한 걱정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그가 출연한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보면서 호감이 들었다"며 "변호인 촬영 현장에는 시완 군의 연기를 보완해 줄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있었기에 캐스팅하면서도 자신감이 있었다"고 했다.

임시완은 자기 스케줄을 변호인 촬영에 100% 맞추는 등 연기에 대한 남다른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 최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시완 군은 배우를 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친구로 기억된다. 현장에서도 자신의 대중적 인지도를 드러내지 않고 선배들과 잘 동화됐다"며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는데, 변호인에서 자기를 옷에 맞추려 애쓰던 그가 미생에서는 자기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듯한 모습을 보면 기특하다"고 말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로는 드물게 400만 관객을 넘긴 타짜2로 20대 원톱 배우 입지를 굳힌 최승현은 그룹 '빅뱅'의 탑으로도 유명하다.

타짜2에서 주인공 대길 역을 맡았던 최승현은 전작 '포화 속으로'(2010), '동창생'(2013) 등을 통해 다져 온 탄탄한 연기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타짜2의 제작에 참여했던 이안나 프로듀서는 "극중 대길이라는 인물이 워낙 많은 사람을 만나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다보니, 캐스팅할 때도 그들에게 주눅들지 않는 자신감 있는 얼굴을 찾았다"며 "배우 최승현은 워낙에 눈빛이 좋다. 강형철 감독님도 우리도 30대가 10대를 연기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20대 중후반 배우 가운데 찾다보니 자연스레 그로 낙점됐다"고 전했다.

이 PD는 최승현이 가수라는 것을 타짜2 개봉 전 영화 홍보를 하면서 알게 됐단다. 이는 최승현이 이미 배우로서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와 다름없다.

그는 "최승현 씨는 기본적으로 배우에 대한 욕심이 있고, 촬영 중 캐릭터 연구를 계속해 오던 게 인상에 남는다"며 "감독님 얘기도 많이 듣지만, 여지를 열어 주면 고르기 힘들 정도로 많은 아이디어를 가져왔던 노력하는 친구"라고 회상했다.

그룹 엑소의 멤버 디오로서 10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도경수. 그는 첫 영화 카트에서 대형마트 비정규직 계산원 선희(염정아)의 아들 태영으로 분해 또래 세대의 처지를 대변하는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카트를 제작한 명필름 심재명 대표는 "전작 '건축학개론'(2012)에서 수지와 함께 작업을 하면서 상업영화로서 그 작품을 알리는 데 아이돌이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았다"며 "카트의 경우 부당해고에 맞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얘기라는 소재 자체가 까다롭다보니, 인지도나 화제성을 지닌 인물을 태영 역에 캐스팅하자고 기획단계부터 얘기가 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도경수 캐스팅 효과는 적지 않았다. 수능날 개봉한 카트는 10대 관객이 주를 이룰 정도로 학생 관객 사이에서 반향이 컸다. "도경수 보러 왔던 10대들이 자기 처지를 보고는 울며 극장을 나선다"는 말이 돌 정도였으니, 메시지 강한 이 영화가 관객에게 보다 쉽게 다가가는 데 큰 몫을 한 셈이다.

심 대표는 "캐스팅을 진행할 때 도경수 군을 만나면서 배우로서 그의 가능성을 봤기에 태영 역을 맡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아이돌 열정·겸손 그들 특유의 문화로 다가와"

 

연기력이 검증된 아이돌의 영화 출연은 작품의 흥행뿐 아니라, 본인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언론홍보를 맡고 있는 김은아 실장은 "올해에만 도경수 군이 카트에 출연한 것을 비롯해,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설리 씨, 곧 개봉하는 '국제시장'에 카메오로 나오는 유노윤호 씨에다, 최근 엑소의 찬열 군은 강제규 감독님의 신작 '장수상회' 촬영을 마쳤다"며 "가수로서 보여지는 매력도 있지만, 멤버 개개인이 가진, 팬들이 몰랐던 매력을 보여 줄 수 있다는 면에서 영화 출연은 그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된다"고 전했다.

아이돌은 연습생 시절부터 연기 훈련을 필수적으로 받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연기력은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다는 것이 김 실장의 설명이다.

그는 "배우를 지망하든 가수를 지망하든 연기를 배워 두면 무대에 섰을 때나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연습생 시절부터 연기 트레이닝을 병행하게 된다"며 "영화 출연은 캐스팅 제안이 들어오기도 하고, 좋은 대본이 있으면 오디션에 참가하는 형태로 이뤄지는데, 멤버 개개인이 돋보이는 효과를 낼 수 있는 작품을 만나 영화 쪽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사실 영화계에는 극중 20대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젊은 배우가 그리 많지 않다. 20대 남자 배우의 경우 군입대 문제도 활동에 큰 영향을 준다.

결국 선택지가 어느 정도 한정돼 있다는 말인데, 아이돌 진영이 그 공백을 채워 주는 면이 있는 셈이다. 그래서 군대를 다녀 온 20대 남자 배우들을 찾는 손길은 간절해질 수밖에 없다.

최재원 대표는 "사실 아이돌의 영화 출연이 공식처럼 굳어진 면도 있지만, 20대 초반 남자 배우의 부재라는 문제도 있다"며 "그래서 여진구 군이나 우리와 작업을 함께하게 된 유승호 군의 존재감은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안나 PD도 "20대 배우는 귀하다. 최근 유연석 씨가 주목받고 유승호 군이 제대하면서 선택의 여지가 다소 넓어지긴 했지만, 2013년 초 타짜2 캐스팅을 진행할 때는 최승현 씨 외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며 "30대 배우가 극중 10대, 20대를 연기하는 시대는 가야 할 텐데, 더 많은 20대 배우가 떴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심재명 대표는 "아이돌 출신 배우들은 연습생 시절부터 강도 높은 노래·춤 연습을 해 와서인지 열정이 많고 예의도 바른데, 이는 아이돌 특유의 문화로 다가온다"며 "함께 작업하는 과정에서도 그러한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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