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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추모 공연, 슬픔 아닌 음악으로 하나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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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Utd. 콘서트 '민물장어의 꿈'

고(故) 신해철(사진=KCA 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왕' 신해철. 그는 비록 하늘의 별이 되어 떠났지만, 듣는 이들의 가슴을 울렸던 음악은 그대로 남았다.

27일 오후 7시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화정 체육관에서는 넥스트 유나이티드(Utd.)의 콘서트 '민물장어의 꿈'이 열렸다. 이번 공연은 생전 고(故) 신해철이 마지막까지 준비해왔던 무대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넥스트의 역대 멤버들은 물론, 동료 선후배 가수들의 한 데 모여 힘을 합쳤다.

팬들은 콘서트장 주변에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고, 늘 어떤 형태가 되든 사랑할 것이다', '약속 헌신 운명 영원 그리고 해철 이 낱말들을 난 아직 믿습니다', '멋대로 산다 그러나 막살진 않는다 죽는날까지 그대를 따르겠습니다' 등의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내걸어 고인을 추억했다.

20주년 기념 음반 'Remembrance' 발매 쇼케이스 당시 신해철의 모습(자료사진)

 

◈ '마왕'을 잊지 않은 팬들, 그를 위한 움직임

매서운 칼바람을 뚫고 현장을 찾은 팬들은 콘서트가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자리를 지키며 장사진을 이뤘다.

아내와 함께 콘서트장을 찾은 한병호(41) 씨는 "우리 세대에게 신해철은 빼놓을 수 없는 가수"라며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접했을 당시의 느낌은 한 마디로 '놀라움'이다.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주변 친구들의 반응도 역시 비슷했다"고 말했다.

한 씨는 "신해철은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을 많이 했던 아티스트로 기억한다. 발표했던 모든 노래가 그랬고, 때문에 우리 세대들은 그의 음악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젊은 팬들도 눈에 띄었다. 최은혜(26) 씨는 "우연히 TV에 흘러나오는 '그대에게'를 듣고 모든 노래를 찾아 듣기 시작했고, DJ를 맡았던 '고스트스테이션'을 들으면서 팬이 됐다"면서 "신해철의 죽음은 굉장히 큰 충격이자 슬픔으로 다가왔었다. 사망 소식 이후 사회 각계각층의 큰 반응에 놀라기도 했다"고 전했다.

신해철의 팬클럽 철기군의 회원인 최 씨는 이날 의료 사고 입증 제도 개선을 위한 10만인 서명운동 일명 '신해철법' 제정 촉구를 위해 직접 홍보물도 배포했다. 콘서트장 앞에 마련된 서명운동 부스에는 힘을 모으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고, 고인의 유고집과 앨범을 구매하는 팬들도 많았다.

최 씨는 "요즘 인터넷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는 신해철의 팬은 대부분 20~30대들이고, 오프라인에는 30~40대 팬들이 많은 편이다. 회원들은 49재에 참여하고, 봉사활동 등을 하면서 서로를 위로해주고 있다"라며 "서명 운동 이후에는 추모관 설립, 홍대 추모벤치 설치 등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2008년 6집 발매 기자회견 및 쇼케이스 당시 신해철과 넥스트 멤버들(자료사진)

 

◈ 선·후배, 팬들이 함께 만든 '음악 축제'

공연장 내부는 약 5천 석을 꽉 채운 팬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공연은 총 3부로 구성됐다. 이에 맞춰 넥스트 멤버들은 1팀(김세황·김영석·이수용·지현수)부터 2팀(데빈·쌩·쭈니·김동혁), 3팀(이현섭·정기송·노종헌·제이드·신지·김구호)까지 3개로 팀을 나눴다.

"해철이가 여기 없지만,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고 함께 외치는 거야!"(신성우)

1~2부에는 신성우, 엠씨더맥스 이수, 홍경민, 김진표, 김원준, 에머랄드캐슬 지우, K2 김성면, 변재원, 크래쉬 안흥찬 등이 연이어 무대에 올라 신해철의 곡을 사이좋게 나눠 불렀다. 고인과 직간접적인 음악적 교류를 나눠왔던 이들은 자발적으로 이번 콘서트에 참여해 무대를 빛냈다.

신해철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였지만, 슬프고 침울한 분위기가 이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선후배 동료들과 팬들이 그와 그의 음악을 추억하는 '축제의 장'과 같은 모습이 연출됐다.

공연 중간중간에는 그간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던 고인의 어린 시절 모습과 일대기가 담긴 영상이 공개됐고, 신해철의 목소리를 배경으로 넥스트 멤버들의 연주가 어우러진 무대가 꾸며져 마치 현장에 고인이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

시종일관 "넥스트"와 "신해철"을 연호한 팬들의 열기도 뜨거웠다. 'Lazenca, Save Us', 'The Dreamer', '먼 훗날 언젠가', '인형의 기사' 등 명곡이 이어지자 스탠딩 석에 자리한 이들은 방방 뛰며 공연을 즐겼고, 객석에 앉은 이들도 야광봉을 흔들며 목청껏 곡을 따라 불렀다. 고인의 아내는 어린 두 자녀와 함께 객석에 앉아 공연을 관람해 이목을 끌었다.

신해철과 이현섭(사진=KCA 엔터테인먼트 제공)

 

◈ 신해철, 넥스트의 음악은 계속된다

공연의 마지막인 3부는 신해철이 최초로 자신과 함께 트윈보컬로 내세웠던 이현섭이 장식했다. 그는 'I Want It All(Demo 0.7)', '해에게서 소년에게', '단 하나의 약속' 등을 불렀고, 신해철 사촌동생 피아니스트 신지호 양의 연주와 함께 '일상으로의 초대'를 노래할 땐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

이현섭은 '달변가'였던 신해철 못지않은 입담을 뽐내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 많은 분이 해철이 형을 위한 공연에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오시기 전에 즐겨야 할지 울어야 할지에 대해 많은 생각들을 하셨을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마음껏 웃고 마음껏 떠들고 즐기는 게 해철이 형이 바라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또 "해철이 형이 꿈에 너무 자주 나왔다. 얼마 전 감기몸살을 앓고 있을 때도 그랬다. 꿈속에서 정말 멋진 곡의 멜로디를 들려주더라. '일어나서 빨리 저장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만 잊어버렸다"면서 "또 그때 형이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 아프지 말라고…. 참 고마웠다"며 고인을 추억했다.

"해철이 형이 쌓아올린 명성에 누를 끼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또 한 번 눈물을 보인 이현섭은 "신해철, 넥스트의 음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또 영원할 거다. 계속해서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또 오늘 많은 선·후배분들이 자리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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