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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하겠어" 조현민이 몰랐던 것…침묵의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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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이철의 검색어 트렌드⑨]…'가면'과 '직장인'

 

[CBS 라디오 '뉴스로 여는 아침 김덕기입니다']

■ 방 송 : FM 98.1 (06:00~07:00)
■ 방송일 : 2015년 1월 8일 (목) 오전 6:38-47(9분간)
■ 진 행 : 김덕기 앵커
■ 출 연 : 변이철 (CBS 노컷뉴스 문화연예팀장)

▶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오셨나요?

=. 예 오늘은 ‘가면’과 ‘직장인’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 가볼까 합니다.

최근 중국의 ‘무거’라는 인력개발 전문가가 쓴 “왜 가면을 쓴 사람이 인정받을까”라는 책이 국내에도 번역돼 출간됐는데요. 이 책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 가면을 쓴 사람이 인정받는다... 흥미로운데요?

=. 중국 쓰촨지방의 전통극이죠. 앵커께서는 ‘변검 공연’을 혹시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배우가 순식간에 각양각색의 표정을 담은 가면으로 바꿔 쓰는 공연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직장인들도 변화무쌍한 조직에서 사회생활을 잘 해나가기 위해서는 가면이 10개는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 사실 자신의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은 없잖아요?

=. 그렇습니다. 아빠들이 회사에서 어린 자녀들하고 통화하는 모습을 보면 ‘목소리톤’이 완전히 딴사람 같지 않습니까? 이런 것처럼 가면이 한 두세 개쯤은 다들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심리학에서는 자신의 장점을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해주는 가면을 페르소나(Persona)라고 하는데요.

스위스 심리학자 칼 융은 “페르소나의 본질은 적응”이라고 봤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속마음을 감추고 가면을 쓰는 것은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라는 거죠. 가면이 한 개인의 성숙도를 나타내는 상징이라고도 봤습니다.

 

▶ 그러면 새해 직장인들이 써야할 가면들... 어떤 것들이 있나 하나씩 살펴볼까요?

=. 먼저 침묵의 가면입니다. 특히 상사들이 내뱉은 말 한마디는 아무래도 그 무게감이 틀리겠죠.

별생각 없이 한 말 한마디가 큰 문제를 일으켜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를 보면 느낌이 확 오실 겁니다.

“반드시 복수하겠어”라는 문자를 언니에게 보냈다가 엄청난 여론의 후폭풍을 맞았죠.

또 이런 말도 했죠. “조직문화나 지금까지 회사의 잘못된 부분은 한 사람에 의해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모든 임직원의 잘못이다” 이런 내용의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내 오너 일가의 책임을 직원에게 전가하려 한다는 엄청난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아마 지금쯤은 ‘왜 내가 그때 침묵하지 못했을까?’하며 통곡을 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엎지른 물입니다. 되돌릴 수 없겠죠.

▶ 그래도 사회생활에서 ‘무조건 침묵이 능사’는 아닐 것 같아요?

=.물론입니다. 특히 리더의 경우에는 다음 세 경우에는 “침묵해선 안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충언 앞에서 침묵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리더가 충언에 대해서도 여전히 침묵의 가면을 쓴다면 간언한 사람의 의욕을 꺽고 조직문화에 불통과 단절을 가져오게 된다는 겁니다.

다음은 시비 문제...그러니까 옳고 그름에 대해 판단을 내려야 하는 중요 사안이 벌어졌는데도 침묵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조언합니다. 이런 경우는 보통 사심을 가지고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담겨있죠.

마지막은 중대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 머뭇거리면서 침묵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리더의 우유부단한 약점만 노출돼 문제해결에 백해무익하다는 겁니다.

직장인들이 매서운 칼바람에 고개를 숙인채 출근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 다음에 소개할 가면은 어떤 겁니까?

=. 거절의 가면입니다. 저자는 “거절해야 할 때 거절하지 못하면 결국 당신이 큰 곤경에 빠진다”고 경고합니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원망을 살까봐 상대방의 요구를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예스맨’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드라마 미생의 한석률 캐릭터도 생각나는데요. 상사일지라도 부당한 요구나 지시에 대해서는 “못 하겠습니다”하고 당당히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 그게 당장은 힘들어도 더 큰 화를 면하는 지혜인 것 같아요.

=. 중요한 대목입니다. 하지만 상대가 ‘죽어도’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집요하게 해 온다면 ‘필사의 각오’로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합니다.

물론 이 경우에는 상대방의 미움을 사고 원수가 될 위험까지도 감수해야겠죠. 그래도 앵커께서 지적하신대로 ‘거절이 더 큰 화를 면하는 지혜’가 될 수 있는 겁니다.

조금 다른 이야긴데요. 한때 우리나라 원자력산업을 대표하는 인물이었죠. 최근 김종신 전 한국수력원자역 사장이 납품과 인사 청탁 비리로 징역 5년형이 확정됐습니다.

특히 청탁을 받는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 올해는 ‘거절의 가면’이라는 단어를 꼭 유념했으면 좋겠습니다.

일명 ‘땅콩 회항’ 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황진환기자

 

▶ 지금까지 침묵과 거절의 가면에 대해서 살펴봤는데요... 이번에는 또 어떤 가면입니까?

=. 이번에 소개할 가면은 ‘용인’입니다. 때로는 상대의 흠을 눈감아주라는 이야기인데요.

저자는 용인의 가면을 쓴다면 원한, 분노, 남의 단점 들추기 같은 좁은 문에서 벗어나 시야를 더 넓힐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리더가 부하직원의 실수나 단점을 과도하게 질책하게 되면 그 직원은 적극적으로 회사에서 일을 하기는 힘들겁니다.. 또 리더나 조직에 대한 반감도 커질 겁니다.

땅콩회항으로 구속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결국 ‘용인’이라는 가면이 없어 혹독한 대가를 치루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용인의 가면을 쓴다’는 게 ‘상대방을 무작정 포용하라’는 말은 아니겠죠?

=. 물론입니다. 저자는 세 가지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먼저 용인할 가치가 있는 ‘실수’나 ‘인물’인지에 대해 충분히 관찰하고 생각한 다음에 포용하라는 겁니다.

또 일단 용인하고 포용했다면 끝까지 참으며 그 사실을 자신의 입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용인에도 분명히 한계는 있는 겁니다. 한 사람이 단점이 장점을 압도하거나 회사 운영에 방해가 된다면 리더는 고통을 감수하고 버릴 줄도 알아야한다는 겁니다.

또 능력은 뛰어나지만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물이나 간사하게 말을 만들거나 이간질시키는 사람도 포용의 대상은 아닙니다.
일명 ‘땅콩 회항’ 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황진환기자

 



▶ 회사생활에 긍정의 에너지를 불어넣어줄 가면...또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 여러분들도 다 아실 텐데요. 유머와 칭찬입니다. 미소가 필요할 때는 진중한 사람도 활짝 웃고 칭찬이 필요할 때는 말수가 적은 사람도 감정을 넉넉히 표현해야 합니다.

결국 사회생활을 원만하게 해나가는데 꼭 필요한 요소들이라면 모두 유용한 가면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새해가 시작됐는데요. 나한테 필요한 가면은 어떤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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