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외국산 담배가 국산보다 담뱃값이 상대적으로 덜 오르면서, 주머니 사정 때문에 피우던 담배를 바꾸기까지 하는 흡연자들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새해 금연 결심이 무너지는 시점이 되면 국산담배의 엑소더스(탈출) 현상이 본격화될 거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16일 담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올들어 담배에 붙는 세금을 2,000원 올리면서 수요가 높은 KT&G의 담배들은 4,500원에 팔리고 있다. 반면에 외국산 담배들은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가격 경쟁력을 통해 점유율 확보에 나서고 있다.
현재 국산 담배보다 가격이 크게 낮은 상품은 BAT코리아의 '보그'로 갑당 3,500원이다. 보그 시리즈는 이날 오후 편의점마다 품귀현상까지 빚었다.
서울 광화문의 한 편의점 관계자는 "보그가 지난 해보다 최소 20% 이상 팔리는 것 같다"며 "가격을 확인하고 '그거 한번 줘보세요'라고 사가는 고객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보그' 다음으로 싼 담배는 JTI코리아의 '카멜'로, 4,000원이다. 역시 국산담배보다 싸다.외국산 담배로 직장인 김모(43)씨는 "담배를 끊을 자신은 없는데 가격이 부담스럽기도 해서, 싼 담배로 바꿨다. 원래 얇은 담배는 별로 좋아하지 않고 맛도 떨어지는 것 같지만 계속 피우다 보면 적응이 되지 않겠냐"고 했다.
2,500원에 담배를 구매해오던 흡연자 입장에서는 1,000원 정도만 더 내면 담배를 계속 피울 수 있는 만큼, 외국산 담배의 낮은 가격은 흡연자를 끌어오는 유인이 될 수 있다. 이미 애연가들 사이에서는 보그나 카멜이 '국민 담배'가 됐다는 우스개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존에는 국산보다 비쌌던 담배가 담뱃값 인상 이후 가격이 같아지면서 경쟁력을 획득한 경우도 있다. BAT의 '던힐'과 '켄트 컨버터블'은 가격이 1,800원만 올라 4,500원에 팔리고 있다. 필립모리스의 '말보로'와 '팔리아먼트'도 담배가격을 200원 인하해 결과적으로 국산 담배와 같은 가격에 제품을 내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KT&G가 지배하는 담배 시장에 변화가 오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지금 국면으로는 외국산 담배에게 시장 점유율을 뺏길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