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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 여성이 육아용품 '큰손'?…알고보니 '삼포세대'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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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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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혼 직장인인 이경아(29)씨는 조카 사진을 보는 게 낙이다. 주위에서는 '숨겨놓은 자식'이냐며 놀릴 정도다. 이씨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면서 조카 선물에도 큰 돈을 쓴다. 이씨는 "준비할 것이 많아서 결혼은 아직 먼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조카가 나의 자식처럼 애착이 간다"고 했다.

# 결혼한지 3년이 넘었지만 아직 자녀를 두지 않은 송효영(32)씨는 오빠의 두 자녀에게 아낌 없이 돈을 쓴다. 뽀로로 인형같은 작은 선물부터 트램팰린 같은 큰 선물까지, 방문 때마다 뭐라도 들고 간다고 한다. 송씨는 "아이를 원래 굉장히 좋아하는데, 회사 생활 때문에 당장 임신을 하기는 어렵고 마침 조카가 있어서 대리만족 비슷하게 선물을 한다"고 말했다.

유아용품 시장에서 2030 여성이 큰 손으로 떠오르게 된 주요 배경 중 하나는 이같은 '조카사랑'이다. 오죽하면 유통가에는 요즘 '식스포켓(Six Pocket)'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아이 육아를 위해 지갑을 열어 줄 어른이 엄마, 아빠, 조부모 외에 이모와 삼촌까지 포함된다는 의미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시집 안 간 처자'들이 육아용품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마켓 옥션(www.auction.co.kr)이 최근 한 달간 20대 여성의 유아용품 구입을 조사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아동의류는 같은 기간 25%, 출산 용품은 20% 각각 증가했다. 남녀와 성별을 통틀어 20대 여성의 증가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유아용품 구매 비중이 가장 높은 30대 여성의 구입은 5% 신장했다.

한국 여성 평균 초혼 연령이 29.6세(통계청: 2014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라는 것을 감안하면, 자녀 육아를 위해 유아용품을 구매하는 20대 여성보다 조카 등에 선물하기 위해 구매를 하는 20대 여성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옥션이 지난 달 말 판매를 시작해 약 17시간만에 10만개 판매를 돌파해 화제가 된 삼둥이달력의 경우, 76%에 이르는 여성 구매자에서 20대가 49%에 달하기도 했다.

결혼을 한 30대 여성일도 아직 자녀가 없는 경우 부모님에 비해 의류나 장난감 등을 사는데 지갑을 쉽게 여는 분위기다. 한 유아 의류업체 관계자는 "부모님은 아무래도 육아가 생활이다 보니 세일, 기획상품을 찾는데 아이가 없는 분들은 가격보다는 디자인이나 품질을 더 따지는 편"고 말했다.

조카사랑이 '심해진' 상황을 놓고 업계에서는 여성들의 출산은 물론 결혼까지 어려워진 세태가 반영된 것이라고 본다.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삼포세대'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환경까지 영향을 미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여성들은 '아이는 좋아하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 결혼 혹은 출산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사례에 소개한 이씨의 경우 "요즘엔 20대에 결혼을 가면 '와, 시집 일찍 간다'고 하는 분위기인데다, 출산을 하려고 해도 직장 생활이 가능할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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