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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원의 깨톡]우승보다 기억에 남을 준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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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2-0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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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월드컵 아픔 씻는 결과, 한국 축구의 미래에 큰 기대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아쉬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한국 축구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분명한 가능성을 확인했다.(자료사진=대한축구협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960년 대회 이후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장도에 올랐습니다. 이들과 함께 호주를 누비는 동안 미처 기사에 싣지 못한 소소한 이야기를 [슈틸리케호의 깨알 같은 이야기, 오해원의 깨톡(TALK)]을 통해 전달하겠습니다.

스포츠는 결과에 유독 냉정합니다. 우승은 모든 이들의 환호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준우승에게는 슬픔뿐입니다. 그래서 올림픽에서는 동메달을 받은 선수는 기뻐하지만 은메달을 받는 선수는 울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축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직 우승만 보람찬 결과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2015 호주 아시안컵은 한국 축구에, 그리고 한국 사회에 준우승도 충분히 기억에 남을, 기억해야 할 결과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줬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축구는 55년 만의 우승을 목표로 했습니다. 1960년 대회 이후 단 한 차례도 들지 못한 우승 트로피를 위해 대한축구협회는 변화하라는 의미의 '타임 포 체인지(Time for Change)'를 공식 슬로건으로 제시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2014년 브라질월드컵 우승국 독일 출신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또 다시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했습니다. 1988년 카타르 대회 이후 27년 만에 결승 무대를 밟는 데는 성공했지만 개최국 호주의 벽을 넘지 못하고 아쉬운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

결승을 앞두고 만난 대표팀 공격수 이근호는 “결승까지 와서 진다면 지금까지 했던 고생이 모두 물거품이 된다”면서 “준우승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짧지만 강렬했던 그의 이야기에서 우승을 향한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브라질월드컵에서 부진한 성적으로 실망했던 많은 축구팬에게 한국 축구의 힘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자료사진=대한축구협회)

 

비단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면서도 지난 55년간 아시안컵에서 우승하지 못한 모순적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대표팀이 우승을 원했던 것만은 아닙니다. 물론, 우승을 바랐던 가장 큰 이유는 55년 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이었지만 대표팀 선수들에게는 우승해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대회 도중 부상으로 소속팀에 복귀해야 했던 이청용(볼턴)과 구자철(마인츠)을 위해서라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하는 베테랑 수비수 차두리(서울)의 마지막을 더욱 빛내기 위해 우승 트로피가 필요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또 다시 아시안컵 우승이 무산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준우승도 충분히 박수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선수들은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지만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박수를 보냈습니다. 비록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지 못했지만 한국 축구의 밝은 미래를 확인했다는 의미에서 ’슈틸리케호’의 준우승은 오히려 우승보다 인상 깊었습니다.

한국의 준우승은 충분히 박수받기에 충분했습니다. 결승전이 끝난 뒤 시드니 시내는 온통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호주를 상징하는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호주인들은 너나할 것 없이 모두가 자국의 첫 아시안컵 우승에 기뻐했습니다. 그런 그들 사이로 다소 의기소침해 지나가는 취재진에게 한 호주인이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리고는 “한국은 정말 뛰어난 팀이었다. 우리에게 행운이 따랐다”며 악수를 청했습니다. 이후에도 많은 호주인이 “한국이 최고였다”며 엄지를 들었습니다.

바로 이 것이 한국 축구의 오늘을 보는 객관적인 시선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비록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은 아쉽게 무산됐습니다. 하지만 한국 축구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분명한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슈틸리케 감독도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우리 선수들을 자랑스러워 해도 됩니다”라며 선수들을 자랑스러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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