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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팝콘값 뻥튀기 담합?"…울며 겨자 먹는 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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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2-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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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안녕한가요 ④] 비싸도 너무 비싼 멀티플렉스 매점 실태

한국 영화산업이 3년 연속 관객 1억 명을 넘어서며 최고의 호황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영화는 지금 안녕할까요? 그렇지 못합니다.

관객들은 잔뜩 화가 나 있고 좌절한 영화제작자들도 울분을 삼키고 있습니다. CBS 노컷뉴스가 화려함 속에 감춰진 한국 영화의 불편한 민낯을 연속 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자료사진/황진환 기자

 

3일 오후 서울 을지로에 있는 메가박스 동대문점. 팝콘과 음료 등을 파는 극장 매점 앞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녀 커플이 가벼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비싼 거 아냐? 사지 말자"는 여자의 말에 남자는 "괜찮으니까 먹자. 내가 산다니까"라고 답하며 주문대로 향한다.

남자가 주문한 것은 큰 사이즈 팝콘 한 통과 중간 사이즈 탄산음료 두 잔으로 이뤄진 '러브 콤보' 상품으로 가격은 8500원이다. 따로따로 살 경우 큰 사이즈 팝콘이 5000~6000원, 중간 사이즈 탄산음료가 잔당 2000원이니, 세트로 사면 최대 1500원을 할인받는 셈이다.

이곳 매점에서는 이런 식으로 팝콘, 즉석구이 오징어(8000원), 나쵸(3500원) 등의 단품 먹거리를 음료와 묶어 8500원~2만 원 사이 세트로 팔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주모(25)씨는 "팝콘 값이 비싸다는 걸 알기에 친한 친구들끼리 올 때는 당연히 안 산다"면서도 "그래도 데이트 같이 특별한 날에는 기분 좋게 사먹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 613원 원재료에서 5천원짜리 팝콘 둔갑 "황금알 낳는 거위?"

메가박스뿐 아니라 CJ CGV, 롯데시네마까지 멀티플렉스 3사 매점의 상품 가격은 다르지 않았다. CGV, 롯데시네마의 팝콘은 사이즈·맛 별로 4500~6000원, 탄산음료는 큰 사이즈 2500원·중간 사이즈 2000원이었다.

지난해 6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3대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매점에서 판매하는 먹거리 가격을 조사한 결과 5000원짜리 팝콘의 원가는 613원으로 8.2배나 폭리를 취하고 있었다. 2000원짜리 탄산음료의 원가는 600원으로 3.3배나 비싸게 받았고, 8500원짜리 콤보 상품의 원가 역시 1813원으로 4.7배나 차이났다.

당시 협의회는 "각 영화관은 원재료를 대량으로 구입하고, 음료제조기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산정한 원재료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게 제품을 공급받을 것"이라며 "실제 원재료가와 판매가격과의 차이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세 곳 멀티플렉스의 팝콘과 탄산음료는 사이즈에 따른 가격까지 모두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멀티플렉스 3사의 가격담합이 의심되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3일 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지난해 하반기 공정거래위원회에 멀티플렉스 3사의 팝콘·콜라 가격 담합 등을 조사해 달라고 신고했다"며 "이후 한 차례 확인을 했는데 '조사 중'이라는 답변만 받았다. 곧 다시 진행 상황을 확인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난해 현장에서 가격을 조사하면서 '지나치게 비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는데, 그 이후 어떻게 변화됐는지 올해 다시 한 번 점검을 벌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CGV 측은 "현재 팝콘 가격은 적정하며 롯데시네마나 메가박스와 담합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CGV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단체협의회가 산정한 원가에는 단순히 옥수수가격만 포함돼 정확하지 못하다"면서 "부자재 가격과 인건비, 메뉴개발비 등을 원가에 모두 반영하면 CGV의 팝콘 가격은 적절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멀티플렉스 3사의 가격이 서로 비슷한 이유에 대해서는 "CGV가 가격을 먼저 책정하면 타사가 그 가격을 그대로 따라와서 빚어진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 멀티플렉스 3사 매출 점유율 97.5%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자료사진/황진환 기자

 

영화진흥위원회의 '2014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극장 356개 중 82.8%에 해당하는 295개가 멀티플렉스 극장이다. 멀티플렉스의 관객 점유율은 총 관객수의 96.9%, 총 매출 점유율의 97.5%에 달한다는 점에서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과시한다.

특히 3대 멀티플렉스인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극장 수는 288개로 전체의 80.9%를 점유하고 있다. 이들 3사의 스크린 수는 전체(2281개)의 92%인 2098개로 그 비중이 절대적이다. 3사의 극장을 제외한 전국 멀티플렉스 극장은 7개 극장, 66개 스크린으로 이마저 계속 줄고 있다.

결국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멀티플렉스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는 합리적인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성춘일 변호사는 "멀티플렉스 측이 외부 음식물을 반입할 수 있다는 점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어 이를 모르는 관객들이 많다"며 "이러한 점을 비롯한 다양한 이유로 밖에서는 사지 않을 팝콘도 극장 안에서 먹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매점 상품 등의 가격 자체가 높은 것은 문제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주체가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을 때는 얘기가 다르다"며 "시중에서는 쉽게 올릴 수 없는 제품 가격을 멀티플렉스라는 특수한 공간 안에서 크게 올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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