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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웰의 눈물과 제퍼슨의 애국가, 그리고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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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률의 스포츠레터]

'팬 여러분 사랑해요 vs 난 관심없어' 전자랜드 주장 리카르도 포웰(왼쪽)이 13일 SK와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을 승리로 이끈 뒤 팬들의 환호에 하트를 그리며 답하는 모습(왼쪽)과 LG 데이본 제퍼슨(오른쪽)이 18일 모비스와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 앞서 휴대전화를 보는 모습.(자료사진=KBL)

 

프로농구(KBL) 외국인 선수 제도는 올 시즌 이후 전면적으로 바뀝니다. 현 소속팀을 떠나 드래프트에 나와 10개 구단의 부름을 기다려야 합니다. 한 팀에서 3년을 뛰어 기한을 채운 선수들은 물론 1, 2년만 뛴 선수들도 모두 새로운 계약을 맺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농구 팬들은 안타까운 심경을 털어놓고 있습니다. 소속팀에서 거의 국내 선수와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정이 든 외국 선수들을 떠나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거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굳어진 선수들을 다음 시즌 볼 수 없거나 적으로 만나야 하는 슬픈 현실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전자랜드 주장 리카르도 포웰입니다. 지난 2008-09시즌을 뛴 포웰은 미국 프로농구(NBA)에 도전했다가 2012-13시즌부터 다시 인연을 맺어 3시즌 홈인 인천을 누볐습니다.

이외 모비스의 강철 인간 리카르도 라틀리프, SK의 에이스 애런 헤인즈 등도 3시즌을 채워 떠나야 합니다. 이들은 모두 소속 기간 팀의 플레이오프(PO) 진출을 이끌었습니다. 팬들은 대부분 이들과 작별에 애석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애국가에 웬 스트레칭' LG 제퍼슨(왼쪽 녹색 원)이 18일 모비스와 4강 PO 1차전에 앞선 애국가 순서에서 다른 선수들과 달리 허리를 굽히고 몸을 푸는 모습.(사진=MBC 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캡처)

 

하지만 이렇게 아름답지 못한 마무리를 앞둔 외국인 선수도 있습니다. 다름아닌 LG의 최강 용병 데이본 제퍼슨입니다. 앞서 언급한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최고의 기량으로 팀의 봄 농구를 이끈 점은 같지만 팬들과 이별은 정반대로 흐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 그럴까요?

포웰은 SK와 6강 PO에서 엄청난 존재감으로 팀의 3연승을 이끌었습니다. 1~3차전 모두 양 팀 최다 득점을 올리며 6위 팀의 사상 첫 PO 3연승의 주역이 됐습니다. 1, 2차전 모두 18점을 올렸고, 3차전에는 무려 27점(9리바운드 9도움)의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특히 2, 3차전은 짜릿한 역전승을 썼습니다. 2차전 4점 차로 뒤진 종료 23.6초 전부터 잇따라 질풍같은 돌파와 환상적인 레이업슛으로 1점 차 드라마를 연출한 포웰은 3차전에도 4쿼터 종료 직전 동점슛으로 몰고 간 연장에서 통렬한 3점슛을 넣은 뒤 정영삼의 역전 3점포를 어시스트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날 경기 후 팬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포웰"을 연호하는 팬들에게 화답했고, 기분좋게 자신의 휴대전화로 함께 사진도 찍으며 4강 PO 진출의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팬들의 열정적 응원에 포웰은 설핏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물론 경기 후 인터뷰에서 포웰은 이에 대해 "무슨 소리냐"며 시치미를 뗐습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입니까? 피부색과 국적이 엄연히 다른 외국 선수지만 어쩌면 국내 선수보다 더 진한 정을 팬들과 나누는 포웰 아닙니까? 이런 포웰을 다룬 기사의 댓글을 보니 "지난해 경기 후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니까 포웰이 '나 바빠' 하더니 가족들 챙기고 나서 오더니 사진을 찍어줬다"는 내용이 있더군요. 이게 진정 KBL이 필요로 하는 외국 선수의 모범 사례가 아닐까요?

'포 주장, 나도 찍어줘' 13일 6강 PO 3차전 뒤 포웰이 자신의 휴대전화에 사진을 찍으려 하자 뒤에 팬들이 너도나도 모이는 모습.(자료사진=KBL)

 

하지만 제퍼슨은 달랐습니다. 코트 위에서는 물론, 코트 밖에서도 KBL은 물론 한국 농구 팬들과 소통하는 법이 천양지차였습니다.

알려진 대로 제퍼슨은 18일 모비스와 4강 PO 1차전을 앞두고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국민의례 시간에 도열 대신 스트레칭을 해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다른 외국인 동료 크리스 메시와 귀화 선수 문태종 등 LG는 물론 모비스 선수들까지 서서 애국가를 경청하는 가운데 혼자만 허리를 굽히고 몸을 풀었습니다.

'경기 시작 전 애국가 제창시 선수들은 해당팀 벤치 앞쪽 코트에 일렬로 도열하여야 한다'는 KBL 대회운영요강에 명시된 선수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겁니다. 그것보다 한국을 우습게 보는 모독으로까지 해석될 분별없는 행동이었습니다. 유럽에서도 최고 기량이라는 선수가 보여서는 안 될 모습이었습니다.

이후 제퍼슨의 모습이 더 실망스러웠습니다. 이런 자신의 행동에 비난하는 팬들에 대해 욕설로 맞섰습니다. 자신의 SNS에 실린 팬들의 날선 지적(일부 팬들은 욕을 섞었습니다.)에 제퍼슨은 손가락 욕을 하는 다른 흑인의 사진을 올려 맞불을 놨습니다.

'너, 이 정도밖에 안 되냐' 팬들의 비난 세례에 손가락 욕설 사진을 올린 LG 제퍼슨의 SNS.

 

추억을 남기려는 포웰의 휴대전화에 얼굴을 담으려고 몸을 움직이던 전자랜드 팬들과 "우리 팀 선수지만 분명 잘못한 행동을 했다"며 제퍼슨의 SNS에 글을 남긴 LG 팬들. 두 팬들 모두 농구와 응원하는 팀, 또 국적이 다를지라도 외국 선수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것만큼은 분명할 겁니다.

그러나 이런 팬들에 대한 두 선수의 반응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기량 면에서, 몸값에서 포웰은 어쩌면 제퍼슨에게 뒤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밖의 모든 면을 고려한다면 앞서는 사람은 다를 겁니다.

제퍼슨은 올 시즌 중 외국인 선수상이 없다며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시즌 말미에 외국선수상이 부활했습니다. 과연 제퍼슨을 포함해 선택을 하라고 한다면 과연 어떤 선수를 찍을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은 분명합니다.

'우리도 아쉬워요' 모비스 리카르도 라틀리프(왼쪽)가 18일 LG전 뒤 팬들의 환화에 답하는 모습과 SK 애런 헤인즈가 경기 후 팬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자료사진=KBL)

 

p.s-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지난달 15일 개인 통산 500승을 달성한 뒤 구단이 마련한 축하 영상에 울컥 했다고 했습니다. 바로 예전 함께 했던 외국인 선수 크리스 윌리엄스, 브라이언 던스턴의 축하 메시지 때문이었습니다.

둘을 각각 2006-07시즌, 09-10시즌 우승을 함께 했던 선수들. 유 감독은 "생각지도 못했던 메시지"라면서 "팀을 위해 헌신하고 녹아든, 개인적으로 내가 고맙다고 하고 싶은 선수"라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유 감독은 "외인 선발의 1원칙은 인성"이라고 했습니다.)

과연 시간이 흐른 뒤 이런 울컥 하는 기분을 안길 선수는 누굴까요? 포웰일까요? (라틀리프, 헤인즈도 있군요.) 아니면 제퍼슨일까요? 누군가는 다른 쪽으로 사람의 기분을 울컥 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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