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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88억 FA 3인방' 첫 동시 출격날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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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동반 출전했는데...' 10일 롯데전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함께 경기에 나섰던 배영수(왼쪽부터), 권혁, 송은범.(자료사진=한화)

 

큰 기대를 품었던 'FA 3인방'이 처음으로 동시에 출전한 날이었다. 승부도 극적이었다. 9회 5점 차를 만회해 승부를 연장으로 몰았고, 역전 홈런까지 터졌다. 마무리만 잘 된다면 확실한 분위기 반전을 이룰 만했다.

하지만 끝내 고비를 넘지 못했다. 그것도 뼈아픈 끝내기 홈런으로 주저앉았다. 믿었던 FA 3인방이 동반 출격한 날 안은 패배라 더 충격이 컸다.

한화는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원정에서 연장 11회말 10-9 역전패를 안았다. 5할 승률을 맞출 수 있던 상황에서 4승6패, 넥센과 공동 8위가 됐다.

한화로서는 너무도 아쉽고 안타까운 경기였다. 한화는 9회까지 3-8로 뒤져 패색이 짙었으나 불굴의 뒷심으로 5점을 내 기어이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연장 11회 김태균의 솔로포로 9-8로 앞서가 승리를 눈앞에 뒀다. 그러나 11회말 롯데 장성우의 끝내기 2점포를 얻어맞고 무너졌다.

더욱이 이날은 지난 시즌 뒤 한화가 87억5000만 원을 들여 의욕적으로 영입한 FA 3인방이 동시 출격한 날이었다. 선발 배영수(34 · 3년 21억5000만 원)와 필승 불펜 권혁(32 · 4년 32억 원), 전천후 송은범(31 · 4년 34억 원)이 모두 나왔다. 그런데도 진 것이다.

지난해 12월 한화 FA 입단식 때 배영수(오른쪽부터), 권혁, 김성근 감독, 송은범이 함께 포즈를 취한 모습.(자료사진=한화)

 

이날은 배영수의 시즌 첫 선발 등판이었다. '푸른피의 에이스'로 뛰던 사자굴에서 독수리 둥지로 옮겨온 배영수는 허리 담 증세로 팀의 10번째 경기 만에 출전한 것이었다. 이날 배영수는 4⅔이닝 동안 삼진 8개를 잡아냈지만 4피안타(1홈런) 4볼넷 7실점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사실 이날 경기는 선발 싸움에서 밀린 한화의 패배가 예상됐다. 롯데는 선발 심수창의 5이닝 비자책 2실점 투구 속에 5회까지 8-2로 앞섰다. 8회 1실점했지만 무난히 마무리하는 듯했다.

하지만 한화가 9회 동점을 만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화는 9회말 필승조 권혁을 투입하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권혁도 2⅔이닝 4탈삼진 투구수 51개의 불꽃투를 선보였다. 지난 8일 LG전에서 8회 역전 투런포로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아픈 기억을 떨치는 듯했다.

특히 한화는 연장 11회 김태균의 천금 같은 역전 1점 홈런이 나왔다. 11회말 권혁도 첫 타자 강동수에 빗맞은 내야 안타로 내주긴 했지만 상대 3, 4번 손아섭과 최준석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는 투혼을 펼쳤다.

권혁이 최준석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순간 더그아웃의 김성근 한화 감독도 박수를 치며 승리를 확신했다. 이어 김 감독은 투수 교체 사인을 냈다. 권혁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선수는 송은범. 지난 7일 LG전에서 2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된 좋은 기억이 있었다. 배영수-권혁에 이은 FA 3인방 출격의 마침표를 찍을 만했다.

롯데 장성우가 10일 한화전에서 연장 11회말 끝내기 홈런을 날린 뒤 포효하며 홈을 밟는 모습.(자료사진=롯데 자이언츠)

 

하지만 송은범이 자신있게 던진 초구는 최악의 결과로 나타났다. 롯데 장성우는 시속 148km 직구를 통타, 사직구장 오른쪽 담장을 넘겨버렸다. 역전 끝내기 2점 홈런. 롯데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미친 듯이 기뻐하는 사이 송은범은 망연자실 고개를 숙였고, 김 감독의 얼굴은 굳어졌다.

한화 FA 3인방은 이글스의 얇은 마운드를 두텁게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김 감독도 이들의 입단식 때 "부자가 된 느낌"이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들의 첫 동반 출전은 악몽으로 마무리됐다.

다만 권혁의 호투는 일말의 위안으로 남았다. 아직 시즌 초반이다. 악몽에서 깨어나 대박을 터뜨리며 만회할 기회는 남아 있다. 과연 한화가 FA 3인방의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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